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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만·고낙범 ‘비 온 뒤, 두 개의 모나드’전/ 찍고 그리고 美로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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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만·고낙범 ‘비 온 뒤, 두 개의 모나드’전/ 찍고 그리고 美로 통했다

입력
2005.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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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美)를 탐색하는 게 미술이잖아요. 대중이 ‘예쁘다’‘멋있다’고 하는게 어떤 건지 규명하고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고낙범

"이번 전시는 대중예술을 순수미술이 받아들이는 관용을 보여주는 좋은 계기입니다." 김중만

사진작가 김중만(51), 서양화가 고낙범(45)씨가 16일부터 가나포럼스페이스에서 ‘비 온 뒤, 두 개의 모나드’라는 제목의 2인전을 갖는다. 지인들의 얼굴을 단색조로 그려온 고씨가 ‘연예인 사진작가’인 김씨의 사진집 'After Rain’속의 주인공들인 권상우 비 원빈 조인성 고소영 김민희 박정아의 사진을 가로 120㎝, 세로 180㎝의 캔버스에 옮겨 그렸다. 김씨 또한 똑같은 사이즈의 캔버스에 흑백사진을 인화함으로써 화답했다. 그리고 고낙범이 최근 시작한 과일시리즈와 김중만이 15년째 찍고 있는 꽃 사진도 전시장 한 층을 화사하게 채운다.

대중-순수로 구획 지어진 미술전시공간에서 각각 다른 영역에서 활동한 두 작가가 어우러지기도 쉽지 않은 일인데다 ‘연예인’을 소재로 접근한 아이디어 역시 파격이다. 이번 전시는 큐레이터로 일한 경험이 있는 고씨가 먼저 제안했다.

"고소영 그림이 내 사진보다도 잘 나왔더라구요. 낙범이가 연예인 사진을 그리겠다고 했을 때, 그러라고는 했지만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죠. 팝아트라는 배경이 있다면 쉽게 받아들이겠지만, 우리 사회가 아직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요."(김중만)

"고소영은 사진을 보자마자 짙은 바이올렛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비롭고 미스터리한 이미지잖아요. 연예인들은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존재이다 보니 철저하게 대중의 입장에서 접근했어요."(고낙범)

고씨는 김중만의 조인성 사진에서 불안감 같은 걸 순간적으로 폭발하는 인상을, 비로부터는 젊음을 떠올렸다. 권상우는 몸짱 이미지를 살렸다. 몸도 이데올로기가 된 마당에 갈등·전쟁과도 무관치 않다는 생각에 신체부위별로 색을 달리한 전쟁지도로 형상화했다. 소혹성같다는 느낌을 받은 원빈의 경우 우주의 신비를 부처의 이미지로 구체화했다.

화가로서 고낙범의 변화를 찾을 수 있는 쪽은 체리 포도 복숭아 사과 키위 등의 과일시리즈. 전시에 처음 선보이는 이 시리즈에서 고씨는 종전의 모노톤 초상과 달리 조금씩 색을 다양하게 만들어나갔다. "정사각의 캔버스에 원형의 과일을 무수히 그려나감으로써 기하학적 추상성을 추구했다"고 설명을 붙였다. 편집자(에디터)적 성격이 강하다고 하는 고씨는 "이번 전시에서 나는 낙범이를 서포트하는 입장"이라고 몸을 낮춘 김중만에게 과일시리즈와 동일한 포맷으로 부각(俯角)의 꽃 사진을 주문하기도 했다.

김중만은 최근 한류 열풍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해 도쿄 사진전에 이어 3~8일에는 오사카에서 연예인과 풍경사진으로 전시를 가졌고, 베이징 상하이 홍콩에서의 전시도 추진중이다. 하지만 그는 "있는 그대로를 본능적으로 찍는다"며 "나는 연예인 사진작가가 아니라 그냥 ‘사진을 하는 작가’"라고 말했다.

"‘모나드(단자)’라는 개념은 관계 속에서 의미를 갖습니다. 고낙범의 그림은 김중F만의 사진과 관계를 이루고 과일은 꽃의 결과물이라는 관계가 있죠. 서로 다른 영역에서 작업하는 두 작가가 모여 또 다른 하나를 만드는 전시입니다." 전시는 3월10일까지. (02)720-1020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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