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제헌의회 총선에서 예상대로 시아파가 승리한 가운데 과도정부의 권력분배가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집권당으로 급부상한 시아파 정치연합인 통일이라크연합(UIA)이 적절한 권력분배에 실패할 경우 독립을 요구하는 쿠르드족과 선거 보이콧을 선언한 수니파의 저항으로 내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과도정부의 총리는 일단 친이란 시아파인 UIA에 배정될 것으로 보인다. UIA측이 선거 직후부터 대통령과 총리 중 어느 자리를 차지해야 할지 내부적으로 결정하지는 않았다고 밝히면서도 비공식적으로는 총리쪽을 더 선호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라크 헌정 사상 최초로 집권에 성공한 UIA측이 각료 추천권 등 실질적으로 행정권을 장악할 수 있는 총리직을 호락호락하게 다른 정파에게 넘겨줄 리가 없다는 분석이다. 현재 UIA를 이끌고 있는 이슬람혁명최고평의회(SCIRI) 의장인 압델 아지즈 알 하킴이 총리 후보 1순위에 올라와 있다.
BBC방송은 13일 "과도정부의 새로운 총리는 시아파의 UIA가 차지하고 대통령은 쿠르드족이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쿠르드연맹리스트(KAL)를 통해 제헌의회에서 제 1야당을 차지한 쿠르드족도 내심 대통령직을 바라고 있다. 쿠르드 지도자 잘랄 탈라바니는 공개적으로 차기 정부에서 대통령직을 바라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시아파 입장에서도 최소 4개주를 장악하고 있는 쿠르드족의 대통령직 요구에 반대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번에 구성된 제헌의회는 10월 15일 이전까지 헌법안을 국민투표에 붙여야 하지만 현 과도헌법 상 전체 18개주 중 3개주 이상이 반대하면 헌법안이 폐기되고 제헌의회도 자동 해산되기 때문이다.
3위를 차지한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친미 시아파 이라크리스트(IL)가 총리 및 대통령을 차지할 수 있을 지는 아직 미지수다. IL를 이끌고 있는 이야드 알라위 임시정부 총리는 쿠르드족이 새 정부의 최고위직 중 하나를 차지한다 해도 결코 무리가 아닐 것이라고만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친미 정권을 세우려는 미국이 UIA의 승리로 불러져 나오고 있는 이란식 신정체제에 반대하고 있어 아직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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