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자동차보험의 과당 비교광고에 대해 강력한 단속에 나섰다. 온·오프라인 보험사들의 가격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사에 유리한 극단적인 사례만을 뽑아 제시하는 ‘얌체 비교광고’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보험사인 다음다이렉트자동차보험은 이달 초 자사의 ‘다음다이렉트원’ 보험 상품이 오프라인 경쟁사 보험에 비해 최대 21만9,970원이나 저렴하다는 비교광고를 일간지에 게재했다.
문제는 통상적으로 경쟁사를 이니셜로 표현하는데 그쳤던 이전 비교광고와 달리 경쟁사 이름이 실명으로 거론됐다는 점이다. 다음 측의 광고에 따르면 동부화재 현대해상 삼성화재 등 대형 손보사의 자동차보험료는 다음 보험에 비해 무려 25% 가량, 금액으로는 20만원 이상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손보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특히 ‘보험료가 가장 비싼 보험사’로 낙인 찍힌 동부화재는 "사실상 허위 광고에 다름 없다"며 반발했다. 동부화재 관계자는 "수백, 수천가지 사례 중에서 자사에 유리한 사례 하나 만을 뽑을 경우 고객들이 마치 일반적인 것처럼 혼돈할 수 있다"며 "회사명은 커다랗게 처리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보험료 산출 조건은 제대로 보이지도 않게 처리됐다"고 말했다.
특히 대형 ‘빅4 손보사’ 중에서는 유독 다음의 2대 주주인 LG화재만 보험료가 저렴한 회사로 분류되는 사례를 제시한 것도 의혹을 사기에 충분했다.
업계의 신경전이 갈수록 날카로워지자 금융당국이 조치에 나섰다. 향후 이같은 실명 비교광고에 대해서는 금감원이 엄격한 잣대로 감시·감독을 하겠다고 나선 것. 자칫 그대로 방치할 경우 혼탁한 비교광고 경쟁이 업계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업계 반발과 금감원의 지도 등에 따라 다음 측도 추가로 예정돼 있던 동일한 내용의 일간지 광고를 모두 취소했다.
금감원 소순배 보험검사2국장은 "현행법이 비교광고를 허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사례를 통해 가격 비교를 한 것이 위법인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면서도 "하지만 경쟁사 실명을 거론하는 비교광고는 타사 비방광고로 이어질 수 있고 소비자들의 판단 착오를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앞으로도 이같은 광고 행위에 대해 예의 주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