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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탐사왕 마이클 해처/ "보물선 사냥 44년… 바다서 잠들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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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탐사왕 마이클 해처/ "보물선 사냥 44년… 바다서 잠들고파"

입력
2005.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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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 보물 찾기는 내 인생의 전부올시다. 눈을 감는 그 순간에도 바닷속에 있고 싶습니다."

20세기 최고의 보물선 사냥꾼 마이클 해처(64)씨. 이순을 훨씬 넘긴 그가 요즘 다시 바빠졌다. 지난달 31일 일본 도쿄 내셔널 프레스 클럽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6~17세기에 침몰한 네덜란드와 포르투갈 화물선 나와사키호 2척 및 오키나와호 1척을 인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두 달 안에 3척 모두 찾아낼 자신이 있어요. 해도도 여러 장 입수해 위치 추적은 문제가 없고 일F본 정부 허가만 받으면 됩니다." 지난 9일 통화한 해처씨는 독감이 극심한데도 계획을 묻자 이내 활기가 돌았다. "40여 년간의 보물 찾기 얘기 말이지요? 슬슬 시작해 볼까요?"

그는 1941년 영국에서 태어났다. 4살 되던 해 호주의 한 고아원에 보내졌다. 군인이던 아버지가 어머니가 가출하자 도저히 세 아이를 혼자 키워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혼자 공부하던 12살 때 문득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농가에서 허드렛일을 시작했다. "일이 끝나면 요트를 타며 스트레스를 날려버렸지요. 바다에 떠 있으면 그렇게 신날 수가 없었어요."

스무 살이 될 무렵 난파선 보물 인양선 운전요원으로 취직해 인도네시아로 갔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엄청난 보물이 바닷속에서 우글우글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돈을 모아 호주에 난파선 인양 회사를 설립한 것이 70년. 처음에는 2차 대전 때 침몰한 상선, 군함 등에서 주석, 고무, 금속덩어리 등을 찾아냈다.

그러다가 45세 때(1986년) 첫 대박을 터뜨렸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소속 ‘겔더말센호’를 인양해 낸 것이다. 이 배는 1751년 12월 중국 광둥성을 출발, 자카르타로 가다가 빈탄섬 인근 암초에 걸려 침몰했다. 유럽에 수출할 도자기 23만9,000점과 금괴 45㎏을 싣고 있었다. 이 가운데 전혀 손상되지 않은 도자기 16만 점과 금 막대기 126개를 인양했다. 청나라 도자기사상 최대의 발견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끌면서 이중 절반을 크리스티 경매를 통해 2,500여만 달러를 받고 팔았다. 물론 거의 대부분 투자자 몫으로 빠져나갔고 그가 쥔 것은 80만 달러 정도였다. "배를 발견하는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습니다. 수년간 동인도회사 문서고 등을 뒤지고 주변 해역 탐사에만 2년여가 걸렸지요. 열정의 대가는 충분했습니다."

두 번째 대박은 13년 후인 99년에 터졌다. 보물선은 1822년 자바 해협에서 침몰한 중국 정크선 ‘텍싱(的惺)호’였다. 자바로 가다가 출항 24일 만에 좌초돼 침몰했다. 당시 일부 선원??구조한 영국 선장의 항해일지에 따르면 승무원 200명과 승객 1,600명은 거의 전원 익사했다. 해처씨는 이 배에서 흠집 하나 없는 청화백자 등 15~19세기 도자기 35만여 점을 인양했다. 해양 매몰 도자기 발굴사상 최고의 쾌거였다. 역시 언론에 대서특필됐고 인양 기록은 영국 작가가 논픽션으로 출판했다.

그는 당시 경매로 얻은 수익금 중 일부를 가난한 섬나라 바누아투의 앰뷸런스 시스템 확충에 쓰도록 기부하기도 했다.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특히 인도네시아에서는 국가 소유 보물을 훔쳐간 해적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하하…. 맞지요, 해적…. 그래서 이젠 꼭 정부의 허가를 받고 계약을 맺은 뒤 인양작업을 합니다. 대개 찾은 보물의 10~40% 정도를 해당 정부에 반납합니다." 그가 40년 넘게 인양한 난파선은 모두 80척이 넘는다.

보물선과 함께 한 한평생은 화려했지만 아픔도 많았다. "호주 여자와 두 번 결혼했는데 첫째 부인은 한참 고생할 때 힘들다고 가버렸어요. 둘째 부인과는 아이 셋 낳고 경제적으로도 안정됐었는데 위험하다고 자꾸 보물선 사냥을 그만두라고 했지요. 내 삶의 전부인 보물선 사냥을…. 그래서 또 헤어졌어요."

현재는 태국 여성과 결혼해 살고 있다. "한 달에 3주는 바다에서 보내고 1주는 아내와 함께 지내는데 이제야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해처씨는 4월에 다시 일본을 방문해 정부 허가를 받은 뒤 나와사키호 등 인양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조윤정기자 yj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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