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사는 이승아(34)씨는 최근 외아들 준하(5)에게 아주 특별한 선물을 선사했다. 이씨 자신이 저자인 책이다. 표제는 ‘Good Mom(좋은 엄마)’. 이씨가 2003년 11월부터 쓰기 시작한 블로그의 가족여행기를 그대로 책으로 옮겼다. 그림책이거니 무심코 책을 받아든 아들은 책장을 넘기면서 "어, 준하가 나왔네요?"라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남편이 대전으로 발령을 받으면서 3개월 남짓 이산가족이 됐거든요. 그때 아이 자라는 모습을 남편이 볼 수 있게 하려고 블로그를 쓰기 시작했는데 그게 책이 된 거죠. 아들이 신기해하는 건 물론이고,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양가 어른들도 너무 좋아하시네요."
책은 이씨가 가입한 블로그업체 이글루스가 업계 처음으로 시작한 POD(Publish On Demand·개인형 맞춤출판)서비스를 통해 주문한지 5일만에 나왔다. 비매품이라 호화장정은 아니지만 200쪽 분량이 전부 컬러로 제작됐고 사진과 그 동안 써왔던 글 내용이 하나도 빠지지않고 정리돼 편집된 것이 흡족했다.
온라인상의 1인 미디어 블로그가 오프라인에서 가족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블로그에 육아일기나 가족일기를 쓰는 주부들 사이에 그 내용을 이용해 ‘나만의 책’을 만드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블로그 서비스 업체가 제공하는 POD서비스는 블로그에 쓴 글을 일일이 편집하고 첨삭할 필요가 없는데다 200쪽 분량의 컬러인쇄에 출판비용은 4만 원 정도로 저렴하다. 평소 블로그를 꾸준히 써왔다면 쉽고 간편하고 빠르게 나만의 책을 펴낼 수 있게 된 셈이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송선주(31)씨도 블로그에 쓰던 육아일기를 최근 책으로 출판해 5세, 3세 된 남매에게 선물했다. 결혼할 무렵 남편과 ‘아이들 얼굴을 매일 한 장씩 사진으로 남겨놓자’고 약속했던 송씨는 그 약속에 따라 사진과 육아일기를 2003년 10월부터 블로그에 올렸다.
%2"책이 만들어지고 보니 세상에, 이 책이 바로 우리 가족의 역사잖아요. 육아일기이면서 가족의 사소한 일상까지 고스란히 담겼으니 따로 가족앨범을 만들지 않아도 되구요. 더구나 아이들이 주인공이 된 책을 만들어준다는 게 얼마나 의미 있어요. 유명한 스타들 육아서적 부럽지않지요."
책은 일반 서적출판과 달리 표지디자인에 한계가 있고 레이아웃 기능이 약간 떨어지지만 출판에 따른 온갖 복잡한 과정을 생략해도 되고 무엇보다 저렴하다는 것이 장점. 더구나 화질은 상당히 좋은 편이어서 가족사진이 많은 블로그 내용을 담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송씨는 말한다.
송씨는 양가 어른들까지 "요새 아이들은 별 걸 다한다"며 흡족해하시는 걸 보고 앞으로 매년 한 권씩 블로그를 책으로 내서 아이들 생일선물로 주자고 남편과 약속했다. "1년마다 가족앨범을 한 권씩 갖는 거죠. 아이들이 크면 얼마나 소중한 재산이 되겠어요."
이글루스 서비스업체 온네트 마케팅담당 홍진표씨는 "나만의 혹은 가족만의 책을 갖는다는 매력이 육아일기나 가족여행기를 주로 올리는 기혼여성 블로거들 사이에 맞춤출판서비스가 인기를 얻는 요인"이라면서 "블로그를 책으로 만드는 완전자동화 단계까지는 아직 기술적으로 해결해야할 문제가 남아있지만 쉽%고 간편하게 책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갈수록 이용자가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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