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Yeeaah)!"
지난해 미 대선의 민주당 후보경선에서 뜻대로 풀리지 않자 이처럼 신경질적으로 고함을 질러댔던 하워드 딘(57·사진) 전 버몬트 주지사가 12일 민주당 공식 서열 1위인 전국위원회 의장에 선출돼 화려하게 정계에 복귀했다.
이날 그가 외친 "이~야!"는 1년 전의 상스러운 분노의 ‘딘 스크림(Dean’s Scream)’이 아니라 아직도 대선 참패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을 향한 격려의 용틀임이었다.
딘이 이날 꿰찬 전국위원회 위원장 자리는 정치자금 모금 등 당 활동을 관장하는 당의 얼굴이다. 민주당이 한차례 ‘검증된’ 딘을 다시 내세운 것은 무엇보다 침체된 당을 일신하기 위해선 그와 같은 ‘투사’가 절실했기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딘의 복귀는 향후 민주당이 동성결혼, 낙태, 이라크사태 등 국내외의 이슈를 놓고 공화당과 일전불사의 ‘가치관 전쟁’을 펼칠 것임을 예고한다. 딘은 주지사 재임 시절 미국에서 최초로 동성결혼을 ‘시민결합’으로 인정하는 등 이념적으로 일관되게 ‘다시 태어난 기독교인’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정반대에 서왔다. 딘은 전국위원장 당선 직후 "사람을 움직이려면 신념이 있어야 한다"면서 대선 패배 후 당내에 득세한 보수적 가치 수용론에 일침을 가했다.
여기에 딘이 보여준 차별적, 돌출적 홍보전략이 민주당에 상당한 자극제가 될 전망이다. 딘은 지난 대선에서 미국 선거 사상 최초로 블로그 등 인터넷을 동원한 장본인이다. 그는 불과 10만 달러와 432명의 지지자로 예비선거에 나섰으나 단시간에 64만명의 지지자를 결집시켰고 5,000만 달러 이상을 모았다.
딘은 2008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뒤 ‘백의종군’했다. 그는 그러나 아직도 자신을 ‘어설픈 애숭이’취급하고 있는 공화당과 ‘지나친 색깔드러내기는 곤란하다’는 민주당내 중도파 등과의 힘겨운 싸움을 앞두고 있다.
한편 뉴욕 출신으로 예일대와 앨버트 아인슈타인 의대를 졸업한 개업의 출신인 딘은 1980년 지미 카터 대통령 재선운동 본부에 자원 봉사자로 뛰어든 것을 인연으로 정계에 투신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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