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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서울의 에펠탑’ 표절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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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서울의 에펠탑’ 표절은 안돼

입력
2005.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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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여행 가서 쌍둥이빌딩 페트로나스 타워를 본 적이 있다. 당시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이 건물은 말레이시아의 전통적 탑 형태를 모티프로 디자인된 독창적 초고층 건물이다. 모든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독창성이다. 표절은 금기다.

하고자 하는 얘기는 세계 최고층 빌딩을 지향하는 서울 잠실벌의 제2 롯데월드에 관한 것이다. "제2 롯데월드를 에펠탑 모양을 본뜬 세계 최고층 건물로 만들고 싶습니다."(신격호 롯데 회장, 2004년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 에펠탑을 본뜨다니…, 이렇게 건축문화에 무지한 나라가 또 있을까. 이는 이 나라에 건축다운 건축이란 없다는 공개적 선언에 다름 아니다.

어느 기업이나 개인이 돈을 모은 것에 대해서는 찬탄해 마지않는다. 그 돈을 어디에 쓰든지 법과 도덕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 한 탓 할 일도 아니다. 안다. 다만 건축물은 수백 년, 수천 년 돈을 댄 사람이나, 그 일족이 세상에서 사라진 후까지도 그 자리에 남아있는 역사적 의미가 있기 때문에 함부로 개인 취향대로만 지어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에는 건축법, 도시계획법 등 엄연한 법체제가 있고, 수많은 위원회가 존재하기도 하는 것이다.

신 회장의 말대로 에펠탑을 본떠 제2 롯데월드가 만들어진다면 그 엄청난 투자에도 불구하고, 세계 사람들의 조소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건축물의 아이덴티티는 파리의 에펠탑에 가려져 세계 최고의 높이에도 불구하고, 그 생명력과 존재 이유를 상실할 것이다. 더욱 절망적인 사실은 우리나라 언론인, 학자, 예술가와 대중들한테서 이러한 웃음거리 발상에 대해 아무런 이론이 나오지 않고있을 뿐더러, 공론화조차 소극적이라는 사실이다. 해당 재벌그룹의 명칭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나온 낭만적 여주인공의 이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서 건축물까지 그런 방식으로 지어져서는 안 된다.

세계적 초고층 건물, 예를 들면 두바이, 타이베이, 상하이, 쿠알라룸푸르, 뉴욕, 홍콩 등지의 상징적 건물들이 독특한 개성을 자랑하는 독창적 건물임을 잘 안다면, 서울의 상징물을 그런 식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김기웅 ㈜종합건축사 사무소 삼정 D&G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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