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1872~1970)의 에세이가 잇따라 번역, 출간되고 있다. 왜 갑자기 러셀일까. 그의 해박한 지식과 탄탄한 논리, 그 둘의 위력을 훌쩍 뛰어넘는 간결한 문체의 매력은 익히 잘 알려진 것이다.
이미 숱하게 소개된 러셀의 글이 근자에 새로 편집 출간되는 것은 그의 글이 지금도 충분히 의미 있는 울림을 가졌기 때문이다. 거의 100년 시간차를 두고 읽는 글들이 도시의 소비문화에 포박된 현대인의 빈 가슴에서 공명하는 느낌이다.
사회평론에서 시리즈로 내는 러셀의 책들이 우선 눈에 띈다. ‘러셀 자서전’(상·하) ‘게으름에 대한 찬양’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에 이어 ‘행복의 정복’(이순희 옮김)이 최근 출간됐다. ‘러셀의 행복론’ 등의 이름으로 이미 소개되어 있지만 이번 책은 소박하면서도 깔끔한 편집이 돋보인다.
러셀은 ‘경쟁의 철학에 오염된 세상’이라는 글에서 "문제는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행복의 주요한 원천이라고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돈이 많아질수록 돈 버는 일은 점점 더 쉬워진다. … 성공한 것을 가지고 무엇을 할지 배워두지 않은 사람은 성공한 후에 권태의 먹이가 될 수밖에 없다."
그는 쉽고 명확한 문장으로 불행의 원인과 행복의 비결을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불행의 원인은 자기몰입 염세주의 경쟁 권태 피로 질투 죄의식 피해망상 여론에 대한 두려움 등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삶에 대한 열정과 폭 넓은 관심 사랑 가족 등에 관심을 가질 것을 권했다.
‘인간과 그 밖의 것들’(송은경 옮김·오늘의책 발행)은 1930년대 초반 러셀이 ‘뉴욕 아메리칸’ 등 미국의 여러 신문 문예면에 기고한 에세이를 모은 책이다. 사랑이나 결혼 자녀교육 진보 평화 등 여러 관심사에 걸친 칼럼 형식의 짧은 글들은 요즘 보기에는 좀 우스운 결론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특유의 유머와 위트가 넘친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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