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대한 분량 때문에 한글 번역이 만만치 않아 보이던 중국 고전문학 대작 ‘태평광기(太平廣記)’와 ‘원중랑집(袁中郞集)’이 잇따라 완역됐다.
두 작품 모두 고전문학사의 필독서로 꼽히며 고려나 조선의 문학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으나, 우리말로 온전히 옮겨지기는 처음이다.
청의 학자 기윤이 "소설가의 깊은 바다"라고 찬사를 보낸 ‘태평광기’는 중국 한대부터 북송 초기까지 설화를 집성했다. 송 태종의 칙명을 받아 978년 당대의 저명한 학자 이방 등 12인이 펴냈는데, 475종의 문헌을 인용해 7,000여 개 고사를 92개 주제로 나눠 500권에 수록한 방대한 작품이다. ‘태평광기’는 주로 신선 귀신 요괴 등을 소재로 다룬 흥미진진한 소설이 실려있는데다 송 이전의 고대소설을 전하는 책으로는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까닭에 한국 일본 등에서도 널리 읽혔다. 고려의 ‘삼국사기’ ‘고려사’ 등에 이름이 등장하며 조선시대에는 축약본 ‘태평광기상절’, 번역본 ‘태평광기언해’ 등이 유통돼 독자층을 넓혔다. 학고방에서 나온 한글 완역본도 200자 원고지로 약 5만 장에 달한다. 중국필기문헌연구소(소장 김장환 연세대 교수)가 2000년 첫 권을 낸 이래 5년 만에 21권으로 번역작업을 마쳤다. 번역에는 김장환 교수 이외에 박계화 박성혜 김선 이민숙 이영섭 등 중국문학 전공자 10여 명이 참여했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는 명 말기 문인 중랑(中郞) 원굉도(袁宏道·1568~1610)의 시문 전집 ‘원중랑집’의 본편 55권을 번역, ‘역주 원중랑집’(전 10권·소명출판 발행)을 냈다. 원굉도는 ‘반복고(反復古)’의 기치를 내걸고 도덕적 가치보다 인간의 개성과 욕망을 중시한 작가. 민간풍속 몽환 귀신을 주요 소재로 중국문학사상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이 참신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시와 산문을 남겼다. 사상가 탁오(卓吾) 이지(李贄·1527~1602)와 교유하며 보수적·교조적 유학사상에 반대, 당대에 비주류였던 그는 후에 허균 박지원 이가환 박제가 이덕무 정약용 등 조선 후기 진보 사상가들로부터 주목 받았다. 중국 일본을 통틀어도 완역은 처음으로, 한국학술진흥재단의 동서양학술명저 번역지원사업으로 이뤄졌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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