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기는 어디서 나와? 누나는 왜 고추가 없어?
아이들이 흔히 던지는 이런 질문들은 늘 부모를 난처하게 만든다. 대충 얼버무리자니 아이의 질문공세가 이어지겠고, 정확하고 알기 쉽게 설명하자니 난감하고.
‘떠들썩한 성’은 이런 고민을 덜어줄 만한 즐거운 책이다. ‘아, 이렇게 말해주면 되겠군’ 싶은 정확하고도 재치 있는 설명이 귀엽고 익살맞은 그림과 함께 펼쳐지고 있어, 아이 스스로 재미있게 읽을 만하다. 부모가 읽어줘도 좋겠고, 아이 혼자 읽게 놔두고 가끔 끼어 들어 약간씩 보충설명을 해주면 충분할 것 같다. 성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풀어가면서 우리 몸과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55쪽 밖에 안 되는 작은 책이지만 내용이 알차고 짜임새와 글쓰기 방식, 그림이 모두 재미있다. 먼저 동물들의 짝짓기를 설명하고, 사람의 성과 아기탄생, 성장 이야기로 넘어간다. 첫 장 ‘스릴 만점 짝짓기’는 동물들의 다양하고 눈물겨운 짝짓기 작전을 보여준다. 다음 장은 ‘난자 양이 정자 군을 만났을 때.’ 사람의 난자와 정자가 어떻게 만나 수정에 이르는지 설명한다.
그 다음, 수정란이 분열을 거듭해서 태아의 모습을 갖추고 엄마 배 속에서 자라 마침내 세상에 나오기까지를 다루는 장의 제목을 보니 웃음이 쿡 터진다. 이름하여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뻥튀기’. 삽화를 보니, 동글동글 귀여운 난자 양과 정자 군이 다정스럽게 끌어안은 채 커다란 뻥튀기 기계 위에서 대화하고 있다. "우리 둘이 만나면 엄청난 뻥튀기가 시작되죠." "세상에 이보다 더 신비롭고 흥미진진한 뻥튀기는 없을 거예요." 맞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수정란 하나가 계속 나눠지고 커지면서 불어나 사람의 몸이 만들어다니, 정말 놀랍고 신기한 뻥튀기다!
이 책에는 ‘스릴 만점’ ‘위대한 뻥튀기’ 같은 재미난 말을 툭툭 던지는 구경꾼이 등장한다. ‘신랑 구함’ 팻말을 단 버섯 로켓을 타고 먼 별에서 지구로 날아온 ‘신중한 공주님’이다. 멋있게 보여서 짝을 유혹하려고 무진 애를 쓰는 동물들을 보고 공주님이 하시는 말씀. "짝짓기란 한마디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잖아. 그런데 꼭 짝짓기를 해야 할까?" 그 질문에 공주님을 따라다니는 아주 작은 초록 애벌레 왈, "아님 자손을 남길 수 없는 걸요."
책은 아기가 태어나 자라고 어른이 되는 과정까지 전부 지켜보고 알게 된 공주님이 짝을 찾아 다른 별로 떠나는 것으로 끝난다. 공주님 뒤를 졸졸 따라가는 동안 아이들의 궁금증은 어지간히 다 풀릴 것 같다. 성과 우리 몸의 신비를 하나하나 알아 가면서 공주님이 그랬던 것처럼, 이 책을 읽는 아이들도 온갖 표정을 짓지 않을까. 아하, 그렇구나. 아니, 뭐라구? 우와, 멋있군. 그리고는 끄덕끄덕. 초등 1년 이상.
오미환기자 mhoh@hk.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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