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이 밀려 물량 대기가 힘들 정도였다. 이렇게 바빠 본 게 얼마 만이지 모르겠다." 설을 지낸 유통업체 관계자들은 함박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설 행사 매출이 마이너스 성장을 벗어나 두 자릿수로 신장했으니 감개무량한 표정을 짓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올 들어 유통업계 매출뿐 아니라 자동차 판매와 신용카드 사용액도 모두 증가했다. 정부는 이를 경기회복의 지표로 내세우며 "내수가 본격적으로 살아나고 있다"고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과연 백화점의 매출신장을 중산층이 지갑을 연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이번 설의 매출증가 요인은 두 가지였다.
지난해 광우병 파동으로 저조했던 정육판매가 정상화한 데다, 기업들이 직원 선물용 물량을 대량 구입했기 때문이었다. 중산층 이하 개인이 적극적인 소비에 나섰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지난해 설 롯데마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선물은 6만원 대 수삼세트였지만 올해는 9,900원짜리 비누·치약 세트가 대종을 이뤘다. 홈플러스에서 팔린 정육은 10만원 대 중가보다 저가와 고가로 몰리는 등 소비의 양극화 현상도 두드러졌다.
백화점 관계자는 "매출이 두 자릿수로 늘면서 명품, 가전제품, 가구 등 내구재와 사치품이 팔리기 시작하면 회복세라고 할 수 있지만 지금 그 단계는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경기는 물론 심리를 탄다. 소비 심리에 불을 지펴 내수를 진작시키려는 정부의 의도야 알겠지만 연초부터 "경기가 바닥을 쳤다"고 외쳐대는 것도 정도는 아닐 것이다. 부유층의 해외소비를 국내로 되돌리고 중산층의 구매력이 높아지도록 경제를 안정시키는 것이 섣부른 립서비스보다 더 급한 일 아닐까.
김희원 산업부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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