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축구대표팀 감독을 지낸 문기남(57)씨가 울산대(재단이사장 정몽준) 축구부 감독으로 선임돼 남녘 땅에서 제2의 축구인생을 열게 됐다.
울산대는 11일 프로축구 울산현대의 수석코치로 자리를 옮긴 이상철(48) 감독의 후임으로 문 감독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울산대 관계자는 "그는 북한에서 축구대표팀 뿐 아니라 청소년팀과 여자팀까지 이끌었던 정상급 감독"이라며 "선수들에게 새로운 기술을 전수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문 감독을 면담하면서 순수하고 축구 밖에 모르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며 "문 감독은 자유로운 곳에서 축구의 꿈을 펼쳐 보이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다"고 덧붙였다.
1999년 탈북한 윤명찬 북한대표팀 감독이 프로축구 경기감독관을 맡은 적은 있지만 국내 축구팀의 사령탑에 오른 것은 문 감독이 처음이다.
2003년 8월 탈북 직전까지 북조선축구연맹 경기처 상급부원으로 활동했던 문 감독은 부인과 자녀 4명 등 가족과 함께 중국을 거쳐 지난해 1월30일 입국했다. 북한 청소년대표, 올림픽대표, 국가대표를 지내는 등 엘리트코스를 밟은 문 감독은 남쪽 축구계 인사들과도 교류가 깊다. 91년 포르투갈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때 남북 단일팀 코치로 출전했을 당시 남측 코치였던 최만희 수원 2군 코치와 깊은 우정을 맺어 지금도 형제처럼 지내고 있다.
90년 북한축구대표팀 감독을 처음 맡은 문 감독은 그 해 아시아청소년대회 때 북한을 2위로 이끌어 지도력을 인정 받았으며 94년 스웨덴 여자월드컵 아시아예선에서도 북한여자대표팀을 2위로 끌어올렸다. 그는 2000년 아시안컵까지 북한대표팀을 이끌었으며 부산아시안게임 직전에 물러났다. 그는 입국한 뒤 1.4 후퇴 때 월남한 아버지 문정찬(79)씨를 찾았으나 끝내 소식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감독은 "울산대 축구부는 지난해 전국대학선수권대회와 전국체전에서 연거푸 우승한 대단한 팀"이라며 "남쪽에서의 첫 지도자 생활을 강팀에서 하게 돼 조금은 부담스럽지만 선수들을 잘 가르쳐 팀 명성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여동은기자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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