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 박영배(184cm·현대·사진)가 키가 33cm나 더 큰 ‘골리앗’ 김영현(217cm·신창)을 누르는 이변을 연출하며 백두장사에 등극, 최홍만이 떠난 2005 모래판에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박영배는 1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05 설날장사씨름대회 백두장사 결정전에서 원조 골리앗 김영현을 상대로 첫째 판 들배지기 승리와 둘째 판 무승부를 기록, 3판 다승제 원칙에 따라 1-0으로 승리해 생애 첫 장사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우승상금 1,000만원.
상대전적 1승8패에서 보듯 박영배는 김영현의 상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모래판에 올라선 박영배는 굳게 다문 입처럼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을 4번이나 이긴 경험이 있어 내심 ‘거인 킬러’를 자부했기 때문.
결승전 첫 판의 시작을 알리는 호각소리가 나자마자 박영배는 번개처럼 ‘거인’의 샅바를 끌어당긴 뒤 바로 들배지기로 연결해 3초 만에 고꾸라뜨렸다. 그야말로 전광석화. 제대로 손 쓸 틈도 없이 첫판을 어이없이 당한 김영현은 둘째 판에서 장기인 밀어치기로 대반격을 노렸다. 하지만 강한 허리를 이용한 박영배가 철벽 방어로 중심을 잃지 않고 버티자 거인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재깍재깍 시간이 흐르면서 거친 숨을 몰아 쉬는 두 사람의 몸에서 뚝뚝 땀방울이 흘렀다.
종료 5초전. 관중석은 숨을 죽였다. 이대로 끝나면 박영배의 승리다. 다급해진 김영현이 사력을 다해 밀어붙였다. 박영배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드디어 종료를 알리는 버저가 울렸고 박영배는 두 손을 번쩍 들었다.
김칠규 감독의 품에 안겨 감격의 눈물을 흘린 박영배는 "컨디션이 안 좋아 기대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황소트로피를 받게 되니 너무 기쁘다"며 사뿐히 꽃가마에 올라 기쁨을 만끽했다.
김일환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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