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 보유 선언은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 북한 주장이 협상용인지 실제 상황인지에 대한 논란을 재점화했다. 이들은 대체적으로 북한의 이번 선언으로 북한 핵 문제에 대한 미국의 외교적 해결 원칙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빌 클린턴 정부 때 국무부 자문관으로 북한 핵 문제를 전담했던 웬디 셔먼은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도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으며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다고 말했으나 결국 아무 것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북한도 협상용으로 핵 무기 보유를 선언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코리아 소사이어티 회장을 맡고 있는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 대사도 미국의 소리방송(VOA)과의 회견에서 "북한은 조지 W 부시 2기 정부에서 들려오는 것들, 특히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의 ‘폭정의 전초기지’발언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그들은 6자 회담에서 정말로 의미있는 무엇이 나올 것이라고 확신하기 전에는 회담에 참가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알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북한 발표를 단순 협상용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며 "북한은 이미 2004년 4월부터 미측에 핵무기 보유 사실을 알렸고 공식적 발표는 중국측의 체면을 고려해 미뤘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케네스 퀴노네스 전 국무부 북한 담당관도 "북한의 기술력과 플루토늄 추출 등을 고려할 때 북한의 핵 보유는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며 "라이스 장관의 ‘폭정의 전초기지’발언이 북한에 6자 회담 불참 구실을 준 셈"이라고 말했다.
발비나 황 헤리티지 재단 연구원은 북한이 "충분한 조건과 분위기가 조성될 때까지"라는 단서를 내건 점에 주목하며 "이는 조건이 닿으면 회담에 복귀할 가능성을 살려둔 것"이라고 평가했다.
향후 미국의 대응에 대해서는 반응이 갈렸다. 부시 정부에서 국무부 대북특사를 지낸 잭 프리처드 브루킹스연구소 객원 연구원은 워싱턴 포스트와의 회견에서 "미국이 할 수 있는 선택이 마땅치 않다"며 북한 문제의 유엔 안보리 상정 가능성을 높지 않게 봤다. 그는 "부시 정부는 이란 문제를 손위에 올려 놓고 있다"며 "나는 부시 정부가 북한과 대결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는 "이번 선언으로 부시 정부 내에서 북한을 압박하고 김정일 정권을 흔들기 위해 북한에 대한 무역과 금융 거래를 완전히 끊기 위한 압박을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 강화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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