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맞은 증시 활황에도 불구하고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잘못된 보고서 내용 때문에 금융감독원에서 사상 처음으로 애널리스트에 대한 직접 징계를 내렸을 뿐 아니라 일부 기업은 보고서 내용이 잘못됐다며 직접적으로 반박하는 공시를 내기도 했다. 게다가 주요 대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애널리스트 예상치와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나면서 투자자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10일 정부당국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동원증권 A연구원이 지난해 6월 작성한 한국타이어의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관련한 보고서가 ‘사실과 달랐다’는 이유로 최근 해당 애널리스트와 부서장 2명에 대해 각각 감봉과 견책 등 징계를 내렸다. 금감원 측은 "보고서 내용상 고의성은 없었다고 판단되지만 한국타이어와 개인 소송 과정에서 보고서 부실 사실이 밝혀져 징계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기업이 애널리스트의 보고서 오류에 대해 적극 대응하는 사례까지 빚어지고 있다. 서울반도체는 4일 CJ투자증권이 낸 보고서 내용이 ‘사실무근’이라는 반박성 공시를 냈다. 서울반도체는 공시에서 "최근 주 고객사에 경쟁 대만업체가 백색 발광다이오드(LED)를 납품할 예정이라는 풍문이 유포되고 있지만 고객사에 확인한 결과 사실무근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이 회사 관계자는 "대만 디지타임즈에서 경쟁 대만업체와 주 고객사 사이에 접촉이 있었다는 보도가 나갔는데, 증권사가 이 내용을 확대 해석해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4분기 기업 실적이 애널리스트 예상치를 크게 빗나간 것도 구설에 오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4일 지난해 4분기에 매출액 7조5,417억원, 영업이익 3,43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앞서 국내 증권사들은 현대차의 4분기 매출이 7조5,000억원, 영업이익이 6,5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다. 영업이익 추정치가 배 가까이 틀린 것. 시장에서는 이미 영업이익이 4,000억원 밑으로 떨어질 것이란 소문이 널리 퍼져 있어 주가가 큰 조정을 겪었는데 애널리스트들은 이 소문의 진위를 확인하지 못한 셈이다.
지난달 말 발표된 대한항공의 4분기 영업이익도 애널리스트 예상치인 700억원대와 한참 거리가 먼 50억원으로 나타났다. 4분기 실적, 특히 영업이익이 예상치와 큰 차이가 난 일차적 이유는 기업들이 특별 상여금을 전례 없이 많이 지급했기 때문이다. 공정공시 제도 때문에 애널리스트들에게 미리 알려주는 사례도 현저하게 줄었다.
그러나 이유가 어떠하든 애널리스트들은 기업 실적을 예상하고 이에 따라 투자 판단을 내리는 ‘기본 업무’에서조차 투자자들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최진주기자 par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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