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상호 폭력의 악순환을 끊고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창설을 위한 평화회담 재개를 합의, 중동 평화를 위한 결정적 분수령을 넘어섰다는 희망이 고조되고 있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와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8일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이집트-요르단 4개국 정상회담에서 "2000년 9월 팔레스타인 인티파타(봉기) 이후 5,000여명의 희생자를 낸 유혈 사태를 끝낼 때가 왔다"며 이같이 선언했다.
◆ 합의 내용 = 양측은 우선 팔레스타인 측의 자살폭탄 공격이나 이스라엘의 표적 살해 공격 등 모든 형태의 폭력 행위를 즉각 중지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스라엘군이 3주 내에 라말라 등 요르단강 서안 5개 도시에서 철군하기로 했으며 이를 협의할 공동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900명을 단계적 석방하기로 약속했고, 테러 용의자에 대한 수배 해제도 공동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하기로 했다.
양측은 또 평화 대화 지속에 합의, 1주일 안에 샤론 총리의 네게브사막 시카모레 농장에서 정상회담을 재개하고, 장관급 및 실무급 회담을 열기로 했다.
이집트와 요르단은 이스라엘의 인티파타 강경 진압에 항의해 소환한 주 이스라엘 대사를 며칠 안에 복귀시키겠다고 약속, 평화 분위기를 북돋았다.
◆ 전망 = 중동 평화를 위한 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언제든지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우선 하마스와 이슬람지하드, 알 아크사 순교자여단 등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이 휴전 선언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9일 요르단강 서안 유대인 정착촌이 수류탄 공격을 받았고, 10일에는 가자지구 유태인 정착촌에 박격포탄이 25발이나 떨어졌다. BBC방송은 2003년 중동평화 로드맵 합의가 두 달도 안돼 팔레스타인의 자폭 공격과 이스라엘의 보복으로 깨지는 등 양측의 휴전 약속이 폭력 행위로 무산된 것만 10여 차례나 된다고 지적했다.
양측이 큰 시각 차를 가진 ▦예루살렘의 지위 ▦요르단강 서안 유태인 정착촌 유지 ▦팔레스타인 해외 난민 귀환 등 민감한 문제들이 고스란히 후속 회담으로 넘겨진 점도 섣부른 낙관을 어렵게 하는 부분. 애덤 어렐리 미 국무부 대변인은 "극복해야 할 장애나 어려운 결정이 필요한 일이 많다"고 인정했다.
◆ 평가 = 그러나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은 구두선에 그쳤던 이전과는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다고 분석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을 ‘자유 확산’의 기념물로 삼으려는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의 강력한 의지도 양측의 뒷걸음질을 막는 큰 추진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양측이 구체적 후속 조치를 차근차근 밟는 것도 긍정적 신호다. 이스라엘은 9일 요르단강 서안의 주요 검문소를 없애고 팔레스타인인의 이스라엘 출입 제한 조치를 완화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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