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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野의원들이 전하는 설 민심/ "서민들 먹고 살 수 있게 제발 정치 좀 잘해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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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野의원들이 전하는 설 민심/ "서민들 먹고 살 수 있게 제발 정치 좀 잘해주오"

입력
2005.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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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고향에 다녀온 여야 의원들이 전하는 민심의 공통분모는 경제였다. 경제 지표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지만, 체감 경기는 여전히 어렵다는 게 현장의 얘기였다. 정파, 지역을 떠나 "서민들이 먹고 살 수 있도록 정치권이 제발 잘 해달라"는 바람이 민심의 요체였다. 경제 외에도 과거사 진상규명, 새만금 사업 판결,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합당 문제 등이 설 정담(政談)의 주요 화제였다.

■ 수도권·강원·제주/"경기회복 보도에 모두 갸우뚱"

수도권 민심은 여야에 따라 달랐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많이 좋아진 것 같다"고 희망을 강조했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은 "심각한 상태"라고 절망을 얘기했다.

열린우리당 최규식(서울 강북을) 의원은 "확실히 연말하고는 달라졌다"며 "대통령과 여당이 경제 살리기에 올인한다고 하고, 경기 지표도 좋아진다고 하니까 믿어보자는 분위기가 많았다"고 전했다. 문병호(인천 부평갑) 의원도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심리를 느꼈다"고 말했다. 우원식(서울 노원을) 의원은 "특히 기초생활보장 대상에서 제외된 차상위계층의 어려움을 절감했다"며 "제도적 해결책이 필요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심재철(경기 안양동안을) 의원은 "재래시장은 못 살겠다는 아우성의 도가니"라며 "경제 회복 보도에 갸우뚱하는 상황이었다"고 전혀 다른 분위기를 전했다. 김영선(경기 고양일산을) 의원도 "자영업자들이 다들 폐업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자포자기 상태"라며 "분위기가 살벌하더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한나라당이 제대로 하는 것도 없이 왜 박근혜 대표를 흔드느냐는 사람도 많았다"고 말했다. 박진(서울 종로) 의원은 "국보법, 과거사 등 정치현안에는 아예 관심이 없더라"며 "살기 바빠 죽겠는데 그런 논란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고 따지는 사람이 많았다"고 여당을 겨냥했다.

강원이 지역구인 한나라당 정문헌(속초·고성·양양) 의원은 "관광은 박살이 났고, 어민들은 학비도 못 내는 실정이라 했다"며 "길에 드러눕겠다는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제주 출신인 우리당 강창일(제주·북제주 갑) 의원은 "평화의 섬 지정과 APEC 재무장관 회담 개최 등도 있어 올해 출발이 좋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 영남/ "살기 힘든데 과거사가 다 뭐꼬"

한나라당의 영남 의원들은 "먹고 살기 힘든 판에 웬 과거사냐고 하더라"고 지역민심을 전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강한 만큼 과거사 진상규명에 대한 거부감도 크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김재원(경북 군위 의성 청송) 의원은 "박근혜 대표 죽이기 차원의 과거사 공세에 대한 반감이 높았다"며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하더라"고 전했다. 유기준(부산 서) 의원도 "어려운 박 대표를 도와주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먹고 살기 힘들다"는 목소리에 파묻혀 ‘과거사’는 들리지도 않았다는 의원들도 많았다. 주성영(대구 동구) 의원은 "서민들은 과거사 문제에 관심이 없더라"며 "그만큼 지쳐 있었다"고 말했다.

이병석(경북 포항북)의원은 "지난 추석 때는 확 뒤집깰어 엎자는 격한 목소리도 있었는데 이번엔 그런 말조차 없어 더 섬뜩했다"고 말했다.

김성조(경북 구미) 의원은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데 피부로는 못 느끼겠다는 여론이 많았다"고 소개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김맹곤(경남 김해갑)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이 말씀도 줄이고 경제에 올인하는 것 같다는 등 기대가 많아졌다"며 "고향이라도 대통령 욕하는 사람이 꽤 있었는데 이번에 가보니 분위기가 달라졌더라"고 전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 충청/"행정수도 제대로 하긴 하는겨"

충청의 화두는 단연 행정수도였다. 기대감과 의구심,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

열린우리당 구논회(대전 서을) 의원은 "행정수도에 대한 의구심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많았고, 방해 세력에 대한 적개심도 상당하더라"고 전했다. 구 의원은 "제대로 못하면 의원직을 그만두라고 할 정도로 행정수도는 자존심 문제가 돼 있었다"고 말했다. 박병석(대전 서갑) 의원은 "한나라당이 우리당의 행정수도 법안을 비난하는 데 대해 분노하더라"고 말했다. 반(%反)한나라당 정서가 팽배해 있다는 것이었다.

박상돈(충남 천안을) 의원은 "이 문제에 대한 피로함이 느껴졌다"며 "질질 끌다가 핫바지 되는 것 아니냐는 아우성이 들렸다"고 전했다. 자민련 김낙성(충남 당진) 의원은 "헌법에 신행정수도를 명시하도록 하라는 주문도 많았다"고 전했다.

경제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기대감이 읽혀졌다. 우리당 이상민(대전 유성) 의원은 "재래시장을 돌아보니 작년보다는 좀 좋아졌고,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도 많더라"며 "싸움은 접고 민생에 주력하라는 게 공통된 바람"이라고 말했다.

박상돈 의원은 국보법 등 쟁점법안에 대해 "경제가 잘되면 풀릴 테니 너무 집착하지 말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 호남/ "새만금 항소심선 이길랑가"

호남은 남북으로 화제가 갈렸다. 물론 민생의 어려움, 취업난에 대한 절절한 얘기들은 남북이 따로 없었다.

전북의 관심은 새만금 사업이었다. 열린우리당 정세균(전북 진안 무주 장수 임실) 원내대표는 "새만금 사업을 변경 또는 취소하라는 1심 판결에 대한 원망도 있었지만 항소심에서 이기겠지라는 기대도 컸다"고 전했다. 장영달 의원(전주 완산갑)은 "새만금 뿐만 아니라 부안 방사성폐기물처리장 문제와 동계올림픽 후보지 탈락으로 허탈감이 큰 상태"라고 말했다. 광주ㆍ전남에서는 우리당과 민주당의 합당 문제가 화제였지만 양당이 전하는 얘기는 달랐다. 우리당 우윤근(전남 광양 구례) 의원은 "같은 뿌리인데 합치라는 요구가 많았다"고 하는 반면 민주당 이상렬(전남 목포) 의원은 "어렵더라도 당을 지키라는 주문이 대세였다"고 주장했다.

노인인구가 많은 농촌지역에서는 호주제 폐지가 도마에 올랐다. 우윤근 의원은 "호주제 폐지는 안 된다고 호통치는 노인들에게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를 설명하느라 애 먹었다"고 말했다. 청년실업은 한숨 섞인 걱정거리였다. 이낙연 (전남 영광 함평)의원은 "자식들이 취직이 안 돼 결혼도 못 시킨다는 부모들의 하소연이 너무 많더라"고 전했다.

조경호기자 sooyan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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