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왼쪽 사진) 보건복지부 장관이 설을 앞두고 20년 전 자신을 고문했던 ‘고문 기술자’ 이근안(오른쪽) 전 경감을 면회하고 용서의 뜻을 밝혔다. 김 장관의 한 측근은 10일 "김 장관이 7일 여주교도소를 방문해 교도관의 입회 아래 30여분간 이 전 경감을 만났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이 전 경감은 1985년 민주화추진위원회(민추위) 사건 당시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자신이 김 장관에게 행했던 전기고문과 물고문 등에 대해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구했고, 김 장관은 가해자인 이 전 경감을 이미 용서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장관은 예전부터 주변 인사들에게 이 전 경감을 용서할 수 있다는 말을 해왔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직접 당한 고문의 기억 때문에 상당한 고통을 겪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85년 당시 법정진술을 통해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울 때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연상했다"고 말했던 김 장관은 99년 도피 중이던 이 전 경감이 자수했을 때에도 "살고 싶지 않을 정도로 고통스럽고 모욕적인 상황이어서 기억하고 싶지 않다"는 심경을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김 장관은 부인 인재근 여사옳와만 이번 면회 계획을 상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의 측근은 "이씨에 대한 얘기만 나와도 김 장관은 잠을 이루지 못할만큼 고통스러워했다"며 "김 장관과 인 여사 모두 면회 전날 밤을 뜬 눈으로 지새웠다"고 전했다. 또 다른 측근은 "주변에서도 김 장관에게 이씨와 관련된 얘기는 되도록 꺼릴 정도였다"며 이씨 면회 사실에 대해 놀라움을 표시한 뒤 "그러나 과거사를 고백하고 용서와 화해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한번은 부딪쳐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추위 사건 당시의 고문행위와 관련해 지난 2000년 징역 7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이 전 경감은 2003년 말부터 몇몇 종교인을 통해 김 장관을 만나 참회하고 싶다는 뜻을 수 차례 전했고, 김 장관은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이었던 우리당 이상락 전 의원을 면회하는 길에 이 전 경감을 면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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