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기자로 콘서트장을 쫓아다닌 지가 8년이 넘어간다. 여러 장르의 공연을 봐 왔지만, 개인적으로 록 마니아이다 보니 기억에 남는 공연은 대부분 록공연이다. 특히 고교시절, 국내에 정식 수입되지 않아 어렵게 구한 ‘빽판’으로 반 아이들끼리 돌려 듣던 메탈리카의 음악을 직접 들을 수 있었던 1998년의 내한공연은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다.
최고 위치에 있는 세계적 록 그룹으로서는 거의 첫 내한이었기 때문인지, 땀을 뻘뻘 흘리며 연주하던 제임스 햇필드가 관객에게 "Are you tired?"라고 묻자 모두 손을 번쩍 들며 "Yeah!"를 외치던 우스꽝스러운 상황마저도 감동적이었다. 한국에서는 언제나 찬밥이라 생각했던 헤비메탈을 음지에서 들어오던 수많은 메탈키드들이, 영어를 몰랐는지 안 들렸는지 엉뚱한 반응을 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연주하는 전곡의 가사를 토씨 하나 안 틀리고 ‘합창’했던 그날의 공연은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그 만큼 우리는 록에, 아니 록 스피릿에, 움츠려 있던 욕구의 해소에 목말라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메탈리카는 이후 "한국 공연은 평생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며칠 전, 올림픽홀에서는 세계적인 록 아티스트 마릴린 맨슨의 두E번째 내한공연이 열렸다. 첫 공연에 비해 작은 무대였으나 그는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객석은 예전만큼 꽉 차지 않았다. 추워서인지, 아니면 불황으로 지갑이 얼어버려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불황이라 그런지, 맨슨 공연장도 이렇게 한산하네요. 앞으로 정말 어쩌죠?" 함께 간 선배에게 말했더니 그는 눈을 빛내며 말했다. "록 스피릿으로 이겨내야지!"
그렇게 말하고도, 날씨가 너무 추워 금세 목도리 속으로 몸을 움츠렸다. 그리고 우린 ‘록 스피릿’으로도 뜨거워지지 않는 세상에 씁쓸한 표정으로 애꿎은 담배만 태웠다. 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다.
김양수 월간 PAPER 기자·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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