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0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우리는 자위를 위해 핵무기를 만들었다"며 "핵무기고를 늘리기 위한 대책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자구대로 해석하면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공식화하며 핵무기 보유 물량까지 늘리겠다는 의미로서 특히 ‘핵무기’라는 표현이 외무성 성명이라는 공식적 채널로 나왔다는 점이 주목된다.
그러나 성명의 전후맥락을 살펴보면 핵무기 보유 주장을 ‘협상용’ 카드로 구체화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북한은 과거 주요 협상국면마다 핵무기를 들고 나온 전례가 많다. 2002년 10월 북한을 방문한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에게 북한 당국자들이 "우리는 핵무기 개발 계획이 있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인 사례. 이 때부터 북핵을 둘러싼 한반도 정세가 급격히 악화했지만, 이는 부시 미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이후 자신들에 대한 압박을 해소하기 위한 엄포 성격이었다는 게 정설이다.
북한은 이후 주변 정세의 부침에 따라 "8,000개의 폐연료봉 재처리를 통한 ‘핵 억지력 강화"(2003년 10월 외무성 대변인 담화), "폐연료봉을 재처리해서 무기화했음을 선포한 바 있다"(2004년 9월 최수헌 외무성 부상) 등의 표현으로E 핵문제를 협상카드로 활용해왔다.
결국 이번 ‘핵무기’ 보유 발언 역시 협상에서 많은 것을 얻기 위한 지렛대용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번 성명에서 6자회담 불참 이유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한 뒤 자위력 차원의 핵무기 보유를 마지막에 잠시 언급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다만 북한이 실제로 핵무기 보유량을 늘리고 있을 가능성은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 정부는 ‘2004 국방백서’를 통해 북한이 1992년 5월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이전에 추출한 10~14㎏의 무기급 플루토늄으로 1~2개의 핵무기를 제조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또 이후 8,000개의 폐연료봉을 재처리했을 경우 4~6개의 핵무기를 추가로 제조했을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따라서 이번 선언은 이 같은 상황을 국제사회에 공식화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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