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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해체 설움딛고 한라봉 등극/ 모제욱 ‘눈물의 꽃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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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해체 설움딛고 한라봉 등극/ 모제욱 ‘눈물의 꽃가마’

입력
2005.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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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팀을 잃고 힘겨운 겨울나기를 한 모제욱(경남 진주)이 한라봉 정상에 등극했다.

모제욱은 1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설날씨름대회 한라급 장사결정전에서 이준우(신창건설)를 누르고 꽃가마에 올랐다. 4강에서 손에 땀을 쥐는 20여분의 접전 끝에 라이벌 김용대(현대)를 계체승으로 따돌린 뒤 휴식 없이 곧바로 결승전에 임한 모제욱은 이준우를 맞아 1-0으로 승리했다. 첫판을 이긴 뒤 둘째 판에서 승부를 내지 못한 모제욱은 둘째 판이 무승부로 끝날 경우 첫판을 이긴 선수가 승자가 된다는 3판 다승제 규칙에 따라 정상에 올랐다. 우승상금은 1,000만원.

모제욱은 정규대회 한라장사에 11번이나 오른 모래판의 최고 강자. 하지만 2003년 중반 이후 아킬레스건, 무릎 등 거듭된 부상으로 부진에 허덕였다. 슬럼프 수렁에 빠진 모제욱을 건져낸 사람은 부인 박영주(29)씨. 모제욱은 결혼을 하루 앞두고 열린 지난해 10월 22일 구리장사대회에서 한라장사를 차지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기쁨도 잠시. 모제욱은 소속팀 LG가 지난해 12월 공중분해 되면서 졸지에 무적(無籍) 선수가 됐다. 팀을 6번이나 바꾼 모제욱이지만 참기 힘들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일까. 그의 주무기는 뚝심을 이용한 장기전. 모제욱의 강한 승부욕은 이날 김용대와의 4강전 혈투에서 특히 빛났다.

모제욱이 팀 해체 충격을 딛고 본격적으로 겨울훈련에 들어간 건 지난달 24일부터. 백승일 염원준 등 옛 LG 동료들과 똘똘 뭉쳐 진주 진양호 365계단을 오르내리는 등 2주일간 구슬땀을 흘리며 이를 악물었다. 부인 박씨도 신혼의 단꿈을 잠시 접고 남편의 재기를 위해 진주로 내려와 뒷수발을 하며 적극적으로 도왔다. 씨름을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 심각한 고민에 휩싸인 모제욱에게 힘을 준 사람 역시 부인 박씨.

우승 후 올 겨울 설움이 복받쳐 오른 듯 한동안 모래판에 얼굴을 파묻은 모제욱은 " 어려울 때 우승해 너무 기쁘다. 나만의 우승이 아니라 (전 LG)감독, 코치, 동료 모두의 승리다" 며 " 이제 좀더 화끈한 경기를 보여주면 씨름을 외면했던 기업, 팬들이 다시 모래판을 찾지 않을까 생각한다" 고 소감을 대신했다.

한편 9일 열린 금강장사급에서는 김경덕(신창건설)이 ‘아마 돌풍’을 잠재우고 데뷔 2년만에 처음으로 황소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김경덕은 장사 결정전에서 공주시청의 정창진을 맞아 2-0으로 가볍게 꺾었다.

김일환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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