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드라마에는 늘 자극적이고 뻔한 소재다, 내용이 늘어진다, 결혼과 가족상을 왜곡한다는 등 비판이 뒤따른다. 그래서 ‘폐지론’도 거세다. 비판도 비판이거니와, 6개월 이상 매주 5회씩, 한 달에 소설 두 편 분량의 원고를 써내야 하는 작가의 고충이 이만저만 아니다.
14일 첫 방송하는 KBS1 ‘어여쁜 당신’을 집필하는 박정란(64) 한국방송작가협회 이사장. 36년지기 김수현 작가에게서 "그 나이에 힘들게 일일극을 왜 쓰냐"는 지청구를 들어가며, 일곱번째 일일드라마 집필에 나선 그는 일일드라마를 위한 ‘변명’부터 꺼내놓았다.
"상투적이다, 자극적이다, 라고 비판들 많이 하죠. 하지만 제가 ‘울밑에 선 봉선화’(1991)로 백상예술대상을 받았듯이 전부 그런 건 아니에요. 일일극은 부모 세대가 편안하게 볼 드라마가 별로 없는 요즘, 그들과 그들이 바라보는 자식세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에요."
소문난 여자’(2002) ‘노란 손수건’(2003) 등 주로 일일드라마를 통해 자신의 작품세계를 일궈온 그는 미니시리즈와의 단순비교도 경계한다. "가령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좋은 작품이고 소지섭 연기도 좋았지만, 그걸 매일 본다고 생각하면 엄청나게 부담될 거에요. 매일 시청자와 만나는 일일드라마는 일상의 작은 사건들을 소상하게 보여주며 끌고 갈 수밖에 없지요."
소재도 40, 50대 이상 여성이 주 시청자층이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단다. "불임이나 순탄치 않은 결혼생활, 고약한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 같은 걸 자극적이라고 비판 하는데, 그 나이 또래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어요. 이들은 특이하거나 새로운 것에 대한 반감이 커요. 그래서 작품성에 부담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찾아야 해요."
박 이사장은 젊은 배우들의 일일극 기피 현상을 몹시 안타까워 했다. "작품이나 역할에 관계없이 무조건 일일극은 안 한다고 해요. 섭외하면서 다섯번까지 퇴짜를 맞아봤죠."
일일드라마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노란 손수건’에서의 호주제 문제 부각 등 새로운 시도로 외연을 넓히려 끊임없이 노력해온 그가 이번에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