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전방부대에 배치된 이등병이 전입 2주 만에 선임병에게 구타 당한 후 이를 고발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그러나 유족측은 타살 의혹을 강력히 제기, 사인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육군에 따르면 5일 오후 7시께 강원 화천군 육군 OO부대 보일러실에서 강모(21) 이병이 높이 2m5㎝의 배관에 전투화 끈으로 목을 맨 채 발견됐다. 강 이병은 바로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튿날인 6일 오후 7시께 숨졌다.
강 이병의 주머니에서 발견된 육군수첩에는 "군대가 힘들다. 군대에 아직도 폭행이 존재하고 욕설이 여전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어 자살로 보인다고 육군 측은 밝혔다. 군 당국의 조사 결과, 선임병인 김모 상병은 사건 발생 직전 위병소 경계근무 중이던 강 이병에게 동작이 느리다는 이유로 욕설과 함께 손바닥으로 머리를 때리고 발로 정강이를 3차례 걷어 찬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유족들은 강 이병이 자원입대할 정도로 정신력이 강한 데다 유서 필체도 본인 것과 다르다며 타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유족측은 "185㎝ 키의 강 이병이 2m 남짓한 높이에 목을 맸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라며 "강 이병을 구타한 선임병이 목을 맨 강 이병을 처음 발견한 점도 납득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군 당국은 7일 부검을 실시하고 자살로 잠정 결론을 내렸으나 유족들이 계속 타살 의혹을 강력히 제기하자 유서에 대한 필적감정을 국방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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