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사진기 렌즈의 조리개처럼 식물에서 빛의 흡수량을 필요에 따라 조절하는 유전자를 발견했다. 이를 응용해 일조량이 적은 지역에서 잘 자라는 농작물을 개발할 경우 제2의 녹색혁명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포항공대 생명과학과 남홍길(48·사진) 교수는 금호생명환경과학연구소, 독일 프라이부르크대 연구팀과 공동으로 식물이 빛 수용 비율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유전자 ‘PAPP5’를 찾아 작용 원리를 규명했다고 10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미국에서 발행하는 과학저널 ‘셀’ 11일자에 게재됐다.
남 교수팀은 2001년부터 애기장대 유전자 중 색소 단백질 ‘피토크롬’과 물리적으로 결합하는 특정 유전자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 1952년 발견된 피토크롬은 동물의 홍채와 같이 식물의 빛 흡수량을 통해 생리학적 기능을 조절하는 단백질로 알려져 있었으나 작용 원리는 지금까지 규명되지 않았다.
연구 결과 PAPP5는 피토크롬의 인산(燐酸)화 상태를 다양하게 조절, 빛에 따른 피토크롬의 수명과 이로부터 빛 신호를 전달받는 중간 매개자들의 결합력을 제어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인산화란 빛을 식물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에너지로 바꾸는 광합성의 핵심 과정 중 하나다.
남 교수는 "PAPP5를 식물에서 과다 발현한 결과 빛에 대한 민감성이 20~30%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 유전자 연구를 통해 빛이 모자란 곳에서도 농작물을 효과적으로 재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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