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일가족 살해 사건에 사용된 엽총이 용의자가 경찰의 허가를 얻어 경찰서 지구대(옛 파출소)에 보관 중이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민간인 보유 총기류에 대한 규정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달 17일 충남 천안시에서 김모(49)씨가 옛 공장 동료 2명을 살해한 뒤 자살했는 데 당시 범행도구도 허가된 엽총이었다. 김씨는 범행 전날 경찰서 지구대에 맡겨뒀던 자신의 엽총을 찾아갔다. 2003년 2월3일에는 부산에서 의처증 증세를 보여 온 김모(55)씨가 설날 차례상을 차리던 처가 식구들을 찾아가 엽총을 난사, 처남 등 2명을 살해했다.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에 따르면 20세 이상으로 신원조회 결격사유가 없을 경우 신체검사를 마친 뒤 관할 경찰서에 소정의 서류를 제출하면 총기를 보유할 수 있다. 그러나 갈수록 우발적인 범죄가 많아지는만큼 총기 구입 및 허가 시 인성검사와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경찰관서에서 총기를 출고할 때 출고목적을 엄격히 확인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암시장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매매되는 불법 총기류도 갈수록 늘어나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달 25일에는 미군부대 등을 통해 반자동 소총 3정과 실탄 800여발 등을 사고 판 일당 3명이 경찰에 구속됐다. 지난달 7일 부산에서도 AK소총과 실탄이 우체국 화물 검사에서 발견돼 경찰과 국가정보원이 긴급출동했다. 수신자는 일본의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서 장식용으로 주문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범죄를 목적으로 한 총기 반입이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충격을 줬다. 2003년 5월에는 서울 용산구 도심 한복판에서 조직폭력배들간에 엽총이 동원된 패싸움이 벌어져 시민들이 불안에 떨기도 했다. 이 엽총은 서울 청계천 시장에서 80만원을 주고 구입한 것이었다.
전문가들은 "상황이 심각한 데도 경찰의 대응은 불법무기류 자진신고 유도나 일제단속에 그치고 있어 실효성이 없다"며 "불법무기 유통경로에 대한 단속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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