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섣달 그믐날은 한해가 가는 마지막 날이다. 그날 저녁 다른 친구들도 많이 고향에 내려왔다. 미리 고향에 내려오기 전부터 알음알음 연락해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을 만났다. 예전에는 어느 집 사랑방에서 모이곤 했는데, 다들 명절을 쇠고 준비하는 바쁜 틈이라 이제는 강릉 시내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다.
일고여덟 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만난 친구들이니, 그 햇수만도 40년이 넘는다. 아버지는 아버지들대로 친구고, 형들은 형들대로 친구며, 동생들은 또 동생들대로 친구다. 한 친구를 아는 것이 곧 그 집안을 아는 마을에서 자란 것이다.
그런 친구들이 오래 전 초등학교 시절의 일들을 떠올리고, 아직도 이따금 찾아 뵙는 스승님의 기억을 떠올린다. 초등학교 동창을 만나면 초등학교 교실로 돌아가고,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나면 고등학교 교실로 돌아간다. 어린 시절 누가 옷에 오줌을 쌌던 얘기를 하고 또 하며 웃는다.
그러다 자리를 파하고 일어설 때는 다들 건강하게 내년에 다시 이렇게 만나자고 인사를 한다.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길 위에서 가족 다음으로 처음 만난 형제 같은 사람들이다. 자주 연락을 못하고 살아도 오랜 시간의 길동무들인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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