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11시47분(현지시간) 영국 서남부의 항구도시 팔머스. 3동선(胴船·선체가 3개로 구성된 고속요트) 한 척이 입항하는 순간 부두에 운집한 관중에게서 ‘최단기간 무정박 세계일주 단독요트항해’를 축하하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엘렌 맥아더(29)씨는 배위로 나와 지친 기색 없이 밝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어 답례했다.
그는 지난해 11월28일 길이 23m의 8.3톤 요트 B&Q호를 타고 팔머스를 출항, 아프리카 남단의 희망봉, 호주의 리우윈 곶, 남아메리카 최남단C의 혼 곶을 거치는 장장 4만3,764km의 뱃길을 71일 14시간18분33초 만에 주파해냈다. 2004년 2월 프랑스의 프랑시스 조와이용(47)이 세운 종전 세계기록을 무려 32시간이나 앞당긴 것이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평균 속도 15.9노트를 유지하기 위해 수시로 30m가 넘는 돛대를 오르내리다 강풍에 여러 번 부상을 당했고, 배 안에 화재로 팔에 화상도 입었다. 남극 부근을 지날 때는 빙산, 고래와의 충돌 위기도 겪었다. 그러나 위성전화로 지인들과 연락을 하고 후원사이트에 답지한 6만5,000여 통의 이메일을 보면서 힘을 냈다.
10년 전 처음 요트를 탄 그는 대서양 횡단경기에서 1위(2000년) 등을 하며 기량을 키워나갔다. 2년 전 첫 세계일주 도전 때는 돛대가 부러져 실패했다. 이번에는 스위스 시계업체 오메가 등의 후원을 받아 처음부터 세계기록을 겨냥해 준비했다.
영국인들은 자국의 자존심을 한껏 올려주고 프랑스인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든 쾌거라며 전에 없이 고무돼 있다. 여왕 엘리자베스 2세는 "영국인의 도전정신을 세계에 보여주었다"고 말했으며, 블레어 총리는 "온 나라가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축하했다.
그의 항해기를 대부분 1면에 게재한 신문들은 에스파니아 무적함대를 격파한 프랜시스 드레이크 경과 비교하면서 최연소 귀부인(Dame) 작위 수여까지도 전망하고 있다. 점잖은 더 타임스와 BBC조차 축구황제 펠레의 1,281골 기록에 버금가는 업적이라고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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