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 일을 마감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듭니다."
원불교 박청수(사진) 교무는 해마다 천주교 복지기관 성라자로마을 무의탁 나환자들의 공동생일인 2월9일이면 강남교당 교도들과 함께 생일케잌과 용돈(1인당 1만원씩), 떡 과일 엿 유과 미역 등 선물을 갖고 가서 노래 부르고 춤추며 생일잔치를 치러주었다.
박 교무가 종교간 벽을 허물고 그렇게 소외받는 이웃돕기를 실천해온 지 30년을 맞아 12일 경기 의왕시 오전동 성라자로마을에서 기념행사를 갖는다. 올해도 역시 나환자들에게 선물을 전한다. 강원룡 목사, 안병영 전 교육부총리, 이인호 전 러시아 대사 등이 와 축하까지 할 예정이다. 특히 성라자로마을에서 답례로 30년 만에 처음 강남교당 교도 100여명과 손님들에게 점심 대접까지 한다고 한다.
박 교무가 성라자로마을과 인연을 맺은 것은 38세이던 1975년 봄. "천주교 기관들을 둘러보는 길에 그곳에 들렀다가 추위에 벌겋게 얼어버린 서양인 가브리엘 수녀님의 굵은 손마디를 보고 가슴이 뭉클했어요. 나도 작은 일이라도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이 오늘에 이르렀어요."
소외계층을 돕기 위해 서로 다른 종교가 함께 손잡고 일하면 충돌 없이 종교 본연의 일인 ‘자비의 실천’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었다. 그 후 그는 고 이경재 신부의 부탁으로 이 마을의 운영위원으로 일하면서 종교협력운동의 기쁨을 맛보았다. 여름이면 수박을 사서 날랐고, 추석 때면 손수 송편을 빚어 환자들을 찾았다. "처음 15년 동안은 담양 창평엿을 팔아 교육관인 라자로의 집, 아론의 집, 피정의 집 등의 건축기금을 마련했어요. 특히 실크이불로 라자로의 집 침구 80여 채를 마련했을 때는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을 맛보기도 했습니다."
박 교무의 라자로마을 돕기에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씨의 도움도 컸다고 한다. 홍씨는 25년 동안 이 회장의 생일인 1월9일이면 식용유 설탕 햄 떡 등을 풍성하게 준비해 환자들에게 전해주었다. "2007년이면 나이 70이 돼 정년 퇴임해야 해요. ‘너른 세상에 나가 많은 사람을 도우라’는 어머니 말씀을 따랐어요. 머지 않아 그 일을 놓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섭섭하네요."
40년 가까이 국내와 해외 53개국에서 무지와 빈곤 질병 퇴치, 종교간 협력과 평화운동에 힘써온 박 교무는 나이 들어 몸은 아프지만, 요즘도 경기 안성과 일산에 탈북자학교와 대안학교를 설립하는 일로 바쁘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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