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4강 신화 재현을 노리는 본프레레호가 올해 첫 승을 신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패할 경우 본선진출 여정은 험난하다. 유상철을 중심으로 한 수비진이 얼마나 팀워크를 갖추느냐가 관건.
12년만에 국제무대에 복귀하는 북한이 불패의 정신력과 속도전을 앞세워 객관적인 전력상 한수 위의 기량을 가진 일본과 정면 대결한다. 북한은 3주 동안 중국 하이난다오에서 하루 10시간씩 지옥훈련을 했다.
남북한 축구대표팀이 민족 최대 명절인 설날(9일) 사상 첫 월드컵 동반 진출의 염원을 안고 서울과 일본 사이타마(埼玉)에 동시 출격, 7,000만 한민족에게 골로 세배를 한다.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9일 오후 8시 서울 상암벌에서 중동의 난적 쿠웨이트를 상대로 2006독일 월드컵을 향한 아시아 최종예선(2월9일∼8월17일) 대장정에 나선다. 윤정수 감독이 이끄는 북한도 같은 날 30분 빠른 오후 7시30분 일본 사이타마월드컵경기장에서 숙적 일본과 운명의 대결을 벌인다.
이에 따라 설날 저녁 한반도는 한라에서 백두까지 월드컵 열풍에 휩싸여 남이 북을 응원하고, 북이 남을 성원하며 동포애를 다질 것으로 기대된다. KBS 2TV는 한국과 쿠웨이트전(오후 8시)을 중계하면서 작은 화면을 통해 북한-일본전(오후 7시30분)의 주요 상황을 7시20분부터 이원 생중계한다.
◆ 이동국(한국)이냐, 홍영조(북한)냐
과연 남북 축구대표팀 중 누가 먼저 설날 골 세배를 할까. 남측은 ‘본프레레호의 황태자’ 이동국(광주)이, 북측은 홍영조(4·25체육단)가 ‘대표 킬러’로 꼽힌다. 이동국은 올 들어 가진 4경기서 득점포가 침묵하고 있지만 본프레레호 출범이후 팀내 최다인 8골을 터트렸고, 홍영조 역시 2차 예선에서 4골을 뽑아내는 등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또 잉글랜드 챔피언십리그에서 활약하며 최근 7경기서 4골(2도움)을 터트린 ‘폭주기관차’ 설기현(울버햄프턴)과 2차 예선서 4골을 잡아낸 김영수(4·25체육단)가 호시탐탐 골사냥을 노리고 있다.
◆ 동반 진출, 꿈은 이루어질까
남북한 축구가 월드컵 최종예선에 함께 나선 것은 1993년 10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94미국월드컵 예선이후 12년 만이다. 당시 한국은 이라크가 일본과 비기는 바람에 천신만고 미국행 티켓을 따냈지만 북한은 한국과 일본에 나란히 0-3으로 완패, 1승4패에 그쳤다.
8개국이 4개국씩 2개조로 나뉘어 벌어지는 최종예선은 각조 1,2위는 본선 티켓을 획득하며 각 조 3위팀은 플레이오프를 거쳐 북중미 4위팀과 티켓 다툼을 벌인다. 6회 연속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우즈베키스탄, 쿠웨이트와 A조에 속해 있으며 12년 만에 국제무대에 복귀하는 북한은 2차 예선을 5조 1위(3승2무1패)로 통과, 66년 월드컵이후 40년 만의 월드컵 진출을 노린다. 본프레레호는 올들어 가진 평가전서 2무2패, 불안한 출발을 보이고 있지만 쿠웨이트전에는 이영표 박지성 설기현 등 해외파를 총동원, 올인 작전으로 나선다.
반면 40년만에 본선 진출을 노리는 북한은 김영수와 홍영조를 투톱으로, 미드필드를 다이아몬드형으로 포진시키는 4-4-2 전형을 기본 전술로 채택한다.
북한팀은 윤정수 감독의 지시로 선수들이 단발까지 하는 등 필승의 전의를 다졌고 북한 당국도 활약한 선수들에게 고급차량과 거액의 포상금을 내걸며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또한 북한이 FIFA랭킹 97위에 불과하지만 평가전을 가진 슬로보단 파브코비치 쿠웨이트 감독이 "북한의 수준이 한국과 엇비슷하다"고 평가, 일본(FIFA랭킹 19위) 축구 관계자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북한과 일본은 역대전적서 4승3무4패의 호각세를 보이고 있다.
◆ 남북 동시 붉은 악마 뜬다(Be the Reds!)
남북이 동시에 축구전쟁을 치르는 설날 저녁 서울의 상암벌과 일본의 사이타마월드컵경기장은 온통 붉은 색으로 물들여지며, 붉은 함성으로 들썩거릴 전망이다.
붉은 악마 응원단은 카드섹션 도구와 휴지폭탄 2만여점, 종이꽃 2톤 분량을 준비했으며 북한 응원전에 나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도 ‘붉은 악마식’응원을 펼칠 예정이다.
4일 총련과 총련기관지 조선신보는 각각 홈페이지에 축구응원사이트를 개설해 붉은 색 상의와 모자, 머플러, 타월 등 붉은 색이면 뭐든지 가능하다며 응원단 복장을 붉은 색으로 통일하자고 제안했다.
사이트는 또 붉은 응원단이 붉은 색종이를 양손에 든 채 앉은 자세로 "이겨라, 조선", 일어나면서 "이겨라"는 구호를 외치며 파도타기 응원을 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여동은기자 deyuh@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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