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경기 불황으로 내수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동차 업계가 글로벌 경영과 수출에 박차를 가하며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고 있다. 특히 현대차의 글로벌 경영 성과가 가시화하면서 세계 자동차 업계의 지도를 다시 그려야 할 판이다.
현대차(회장 정몽구)의 중국 합작사인 베이징현대는 지난달 모두 2만508대를 판매, 중국내 자동차 판매 순위 1위에 올랐다. 이는 세계 자동차 시장의 최대 격전지인 중국에서 거둔 성과인데다, 도요타자동차의 중국 합작B사인 이치도요타(1만4,572대)와 중국 시장에 가장 먼저 진출한 이치폴크스바겐(1만4,369대)의 판매량을 모두 제친 것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현대차는 중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판매하기 시작한 지 2년만에 아반떼XD(현지명 엘란트라)와 EF쏘나타(현지명 쏘나타) 등 단 2개 모델로 대기록을 작성했다.
현대차 인도법인도 지난해 11월 총 2만4,566대를 판매, 인도진출 이후 월간 최다 판매 기록을 세운 데 이어 2004년 누계 판매 실적도 사상 최대인 21만5,600대를 달성했다. 특히 아토스(현지명 상트로)의 경우 인도 내수 시장에서 지난해 10만4,748대가 판매돼 동급 차종 내 부동의 1위를 지켰다.
현대차는 또 지난해 5월 러시아에서 3,596대를 판매, 3,100대의 도요타자동차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11월까지 7개월간 줄곧 정상을 지켰다. 2004년 누계 판매대수에서도 4만4,489대로 1위를 차지했다. 현대차의 이러한 선전은 신흥 경제대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지역에서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현대차는 또 다음달 자동차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직접 생산을 시작하게 되면 한단계 더 도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2002년 4월 미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의 210만평 부지에서 첫 삽을 뜬 현대차 미국 공장은 현재 건설 공사를 모두 마치고 각종 생산설비의 설치 및 시운전, 막바지 종업원 훈련 등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현대차의 미 앨라배마 공장에선 일단 올해 쏘나타 15만대가 생산되고 내년에는 싼타페 후속 모델까지 합쳐 총 30만대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기아차 중국 합작사인 둥펑위에다기아의 ‘천리마’도 중국에서 호평받고 있다. 천리마는 ‘엑센트’를 바탕으로 기아차가 중국시장을 겨냥, 새롭게 개발한 모델로 에어컨, CD플레이어, 잠김방지브레이크시스템(ABS), 가죽시트 등을 기본으로 장착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10만 위안(약 1,500만원)대의 가격으로 젊은 세대에게 인기다. 2002년 12월 처음 판매된 이래 2003년 4만3,934대, 2004년 5만5,781대가 판매되는 등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중국 품질협회 및 전국고객위원회에서 실시한 ‘2004년 중국승용차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소형차 부문 고객만족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해외 생산기지가 없는 GM대우차와 쌍용차, 르노삼성차는 수출에 주력, 내수 침체로 인한 부진을 극복하고 있다. 지난해 내수에서 전년 대비 18.2% 감소한 10만4,457대를 판매하는 데 그친 GM대우차는 해외에선 내수의 4배가 넘는 45만6,639대를 팔았다. 2003년 대비 78.3%나 늘어난 양이다. 쌍용차도 전년대비 111.2% 증가한 3만2,533를 수출했고 르노삼성도 절대량은 미미하나 전년대비 155.4% 늘어난 2,878대를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나라 자동차 업체의 이러한 글로벌 경영과 수출 전략이 가속화하면서 세계 자동차 시장의 판도도 재편되고 있다. 특히 자동차 판매량 순위에서 현대·기아차그룹이 푸조·시트로엥그룹을 제치고 6위를 차지할 수 있을 지 관심이다. 일각에선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모두 339%만여대를 판매, 푸조·시트로엥의 잠정 판매량 337만여대를 앞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3월말이 되면 정확한 판매량과 순위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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