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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세뱃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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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세뱃돈

입력
2005.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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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눈이 내리어/흰 눈이 내리어/미루나무 마을 길에/흠뻑 쌓이어/종알종알 걷는 길/설 세배 가는 길/남이 순이 귀여운/발자국이 한 쌍/가지런히 따라가는/사박사박 맞춰가는/흰 눈 길은 흰 눈 마음의/아이들이 밟는 길(문삼석의 시 ‘눈 오는 설날’) 어린이들이 설을 손꼽아 기다리는 건 세뱃돈 때문이다. 어릴 적 친구들과 동네를 돌아다니며 어른들에게 세배를 올렸다. 얼굴을 잘 몰라도 우르르 몰려가 넙죽 절하고 손을 벌리곤 했다. "북촌 일대에 울긋불긋 새 옷을 입고 세배 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이 마치 한1 무리 꽃과도 같다"고 묘사한 것을 보면 서울에서도 어린이 세배꾼들의 위세는 대단했던 모양이다.

■ 설날에 세뱃돈을 주는 풍습은 중국에서 유래했다. 돈 욕심이 많은 일본인들이 이를 받아들였고, 일제 강점기 우리나라에 전해졌다고 한다. 그 전에는 과일과 떡을 싸주었던 게 우리들 풍속이었다. 돈을 주고받는 것을 꺼린 선비정신이 남아 있던 터라 경계의 목소리도 높았다. 1920년대 신문에는 "천진한 아이들이 돈 맛을 알게 되면 좋지 않다"며 세뱃돈을 주지 말 것을 당부하는 글이 실리기도 했다.

■ 초등학생 1만4,600명에게 설날에 보통 세뱃돈을 얼마나 받느냐고 물었더지 ‘10만원 이상’이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초등학생 용돈치고는 지나치다. 그런데도 인터넷에는 ‘세뱃돈 많이 받는 방법’이 인기다. "작은아버지는 5만원 주셨습니다"라며 친척들끼리 경쟁심을 유도한다, 덕담만 하면 "그 복을 현찰로 주세요"라며 너스레를 떤다, 어른들이 많으면 어수선한 틈을 타 세배를 한 번 더 한다, 어머니가 세뱃돈을 빼앗아 가지 않도록 잘 숨겨 놓는다….

■ 어느 해보다 주머니가 홀쭉해졌다. 설 상여금을 못 주는 회사가 태반이다. 한 대기업 직원들 조사결과 이번 설에 준비하는 세뱃돈이 지난해보다 30% 가까이 줄었다고 한다. 그래선지 세뱃돈을 너도나도 내리는 바람에 5,000원짜리 신권이 때아닌 품귀다. 요즘은 세뱃돈 대신 문화상품권을 주는 경우도 많다. 책과 음반구매, 놀이공원 이용, 영화·공연·스포츠 관람 등 용도가 다양하다. 무엇보다 마음이 담긴 듯해 노골적인 현금보다는 훨씬 나아 보인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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