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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설날의 명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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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설날의 명퇴자들

입력
2005.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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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라도 쇠고 나왔으면 좋았으련만…"

3,000명이 명예퇴직한 국민은행에서 떨려난 40대 전직 은행원은 설을 앞두고 말을 잇지 못했다. 설 연휴 때 친척들에게 해외여행 간다고 말해 놓았지만, 애들 데리고 근처 놀이공원에 갈 생각을 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귀향도 하지 못하고 어머니가 끓여 주는 따뜻한 떡국 한 그릇을 생각하면서 속으로 눈물짓는 사람들이 어디 이 은행원 하나뿐일까.

기업이 평생직장인 시절은 까마득한 옛날이 됐다. 직원들을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점점 일반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괜찮은 기업마저도 ‘구조조정’이라는 화두를 내걸어야 회사가 잘될 것 같은 도그마에 사로잡힌 듯한 분위기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올해 경제분야 트렌드 1순위로 꼽은 것도 구조조정이다. 우량기업도 위기의식 고취를 위해 감원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를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러나 구조조정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최근 소비가 급격히 줄어든 어려운 경제여건도 지나친 구조조정이 빚은 부산물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실정이다. 평균 수명은 늘어나고 언제 명퇴당할지 모르는 마당에 맘 놓고 지갑을 열 사람은 없다. 하지만 기업들이 ‘노동의 초과수요’에 직면할 날도 그리 머지않았다. 10년만 있으면 15~64세 일할 사람의 절대 규모가 줄어든다는 전망이다. 결국 있는 사람들을 교육시켜 기업이 지속 발전할 수 있는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도요타자동차의 오구타 히로시 전 회장은 "근로자를 지키지 못하는 것은 죄악"이라고 말했다. 재계가 주창하는 ‘기업가 정신’은 직원 보호에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유병률 산업부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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