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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성의 정치읽기/ 알 수 없는 ‘政黨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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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성의 정치읽기/ 알 수 없는 ‘政黨팔자’

입력
2005.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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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나라당 의원들은 비관적이다. 이미 두 번의 대선에서 패배한 데다 다음 대선에서도 이길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7년 째 야당을 하는 무위(無爲)의 현실에 대한 불만, 현 정권의 남은 3년 그리고 다음 대선 이후의 5년까지 8년을 손 놓고 지낼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그들의 표정에서 좌절감마저 읽히게 하고 있다.

4일 의원연찬회 후 만난 한 중진 의원은 "우울하다"는 말을 몇 번이나 되풀이했다. 불과 3년 전, 그들은 곧 정권을 되찾아올 수 있다고 자신했다. 잠깐 한 눈 팔다가 DJ에게 정권을 내주었지만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호언했다. 낙관론, 필승론이 넘쳐났기에 비판을 넘어 발목잡기로 비칠 정도로 정부를 사사건건 물고늘어졌고 포용이라는 단어는 한나라당의 사전에는 아예 없었다. 그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천양지차(天壤之差)라는 말이 그렇게 어울릴 수가 없다. 한나라당은 낙관의 그 해 추운 겨울, 16대 대선 패배라는 받아들이기 힘든 좌절을 다시 맛보아야 했다.

그와 반대로 요즘 열린우리당은 지극히 낙관적이다. 지역적 한계에 갇혀있던 DJ에 이어 소수세력이었던 노무현 대통령까지 집권을 했고 거기에다 17대 총선에서도 승리했다. 재보선같은 작은 선거는 모르지만 큰 선거만 하면 이길 것이라는 막연한 자신감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3년 전 필패론에서 벗어나지 못해 이인제냐, 노무현이냐, 아니면 제3의 인물이냐를 놓고 우울한 논전을 하고 있을 때와 비교하면, 상전벽해(桑田碧海)에 다름 아니다.

당시의 이런 예측은 터무니없이 틀린 것으로 나타났지만, 그 때는 나름의 논리적 토대를 갖고 있었다. 호남과 충청의 DJP 연합도 이미 깨져있었기 때문에 유권자 수가 훨씬 많은 영남을 기반으로 한 한나라당이 승리한다는 계산이 거의 상식처럼 굳어져 있었다. 더욱이 한나라당 후보는 경력이 더 화려할 수 없는 이회창씨였다. 그러나 그는 처절하게 졌다. 그 때부터 영남필승론이라는 상식은 깨졌고 거기에는 변화와 개혁의 대세론, 젊은 세대의 확대라는 새로운 상식이 자리잡았다.

그래서 그 흐름을 타고 있는 열린우리당은 낙관하고 있고 한나라당은 비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3년이 그랬듯이 앞으로의 3년이 세상의 상식을 바꿀지 모른다. 그래서 한나라당의 위기감과 우리당의 여유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국민은 오만한 자, 낙관하는 자에게 엄하게 대해왔다. 지금 여야 모두 잊지 말아야 할 유일한 상식이 바로 그것이다.

정치부 부장대우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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