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설을 앞두고 쏟아져 나온 긍정적 경제지표에 고무돼 잔뜩 들떠 있다. 1월 들어 백화점·할인점 매출과 신용카드 사용액이 늘고 자동차 판매와 건설경기 호전 조짐이 뚜렷하더니 그것이 관련 수치로 확인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바닥 모르고 추락하던 소비심리가 20대 및 월 4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을 위주로 급속히 살아난다는 통계가 나왔고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작년 12월 서비스업 생산도 음식점업 등에 힘입어 6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또 한국은행이 조사한 기업경기실사지수도 기준치엔 크게 미달하지만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건설업이나 광고업 경기실사지수 역시 괄목할 만큼 좋아졌다. 우려되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7% 늘었다. 불과 한달 전만 해도 우울하기 짝이 없던 지표들이 이처럼 희망적 신호음을 울리다 보니 정책당국자들이 흥분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활활 타는 단계는 아니지만 일단 경기회복 불씨는 댕겨졌다"며 "일각에서 ‘일시적 현상’ ‘섣부른 낙관론’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그런 논의보다 기왕 반전된 심리를 잘 살려나갈 필요가 있다"고 언론 등에 주문한 것에도 이해가 간다. 괜히 찬물을 끼얹지 말라는 뜻일 게다.
하지만 지표 호전의 배경과 한계를 잘 살피지 않고 수치 자체에만 반색하는 정책당국자들의 모습은 어른스럽지도, 신중하지도 않다. 올해는 설 연휴가 작년과 달리 2월이어서 기술적으로라도 1월 지표는 좋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나, 연말 삼성전자·포스코 등 대기업이 뿌린 3조여원의 특별상여금이 주식 및 부동산이나 신차 수요로 나타난 것이라는 분석은 잘 새겨 봐야 한다. 서민가계나 영세 자영업자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한겨울인 반면 벌써부터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 등을 중심으로 투기조짐이 일고있는 것도 우려스런 일이다. 중산층 이하로는 소비심리 확산 및 기업 설비투자 가시화가 뒷받침되지 않는 경기는 사상누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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