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정치권의 화두는 민생, 경제, 실용주의 등 탈정치 일색이다. 특히 열린우리당엔 국가보안법 파동의 와중에 지도가 모두 사퇴하면서 개혁이란 말은 쑥 들어갔다.
우리당 장영달 의원은 눈치가 없는 걸까, 아니면 고집이 센 걸까. 당 중진들이 이런 흐름을 타고 경쟁적으로 우향우 하는 마당에 여전히 "개혁 앞으로"를 외치고 있다. 6일엔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실용주의는 그 자체가 추구해야 할 절대가치가 아니다"며 "이런 식의 실용주의는 자칫 야합과 변절로 가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연말 초선이 중심이 돼 국보법 폐지를 위한 국회농성을 할 때 중진으론 유일하게 참여했다.
얼마 전 의원회관에서 장 의원을 만났다. 강경파로 몰려 부담스럽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난 합리적 개혁주의자일 뿐"이라며 "지도부가 국보법을 폐지하겠다고 큰소리 쳐놓고 한나라당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흐지부지 넘어간 게 더 큰 문제 아니냐"고 되묻는다. 그는 또 "이번 임시국회에서 국회법에 따라 (국보법을) 처리해야 한다"며 "없애야 할 것은 없애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런 소신에서 보듯 그는 당 중진들 가운데 제일 왼쪽에 서있다. 선수(選數)만 본다면 당에서 3번째로 많은 4선이지만, 오랫동안 민주화운동을 하며 8년 넘게 감옥생활을 한 재야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다. "선수가 쌓이고 중진이 되면 적당히 현실에 안주하고 싶어질 때가 많다. 요즘 우리당이 그렇다. 그게 인심도 얻고 편한 정치인지 모르지만 난 그렇게 하지 않겠다."
그는 중진들이 주도하는 실용주의 흐름에 대해서도 "도대체 누구를, 무엇을 위한 실용주의냐"며 말했다.
"개혁을 위한 실용주의라면 모를까, 좌표 없는 실용주의는 자칫 일부재벌과 수구 보수언론 등 기득권층의 논리에 휘말릴 수 있다." 그는 여권이 출자총액제한 완화, 기업의 과거분식회계 2년 유예 등을 검토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기업활동에 진짜 피해가 있는 지 따져봤느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장 의원은 최근 당권도전을 선언했다. ‘zzang21’이란 홈페이지 도메인처럼 우리당의 ‘짱’이 되어 개혁소신을 펼쳐보고 싶다고 했다. 개혁 때문에 경제가 어려운 양 호도되는 분위기에 맞서 당당히 노선대결을 펴겠다는 그다. 선명한 개혁을 내세운 때문인지 각 계파가 내부정리가 되지않아 몸살을 앓는 가운데도 재야파는 그를 단일후보로 추대,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 결과는 미지수다. 개혁과 원칙은 그가 내세우는 최대의 무기인 동시에 현실적 장애이기도 한 탓이다.
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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