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00만원짜리 적금을 탄 회사원 진모(35)씨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승용차 중 어떤 차를 살지 고민이다. 승차감을 생각하면 승용차가 좋겠지만 아무래도 기름 값이 만만찮다. 특히 출퇴근은 대중 교통을 이용하는 터라 차는 사실 주말에만 쓴다. 할인점에 들러 1주일치 식료품을 사거나 가족들과 주말 여행을 갈 때만 차가 필요한 셈이다. 반면 SUV 차량의 경우 다소 소음이 큰데다 앞으로 자동차세가 단계적으로 오르고 경유 값도 인상될 것이라는 점이 구매를 망설이게 한다. 진씨는 SUV와 승용차 가운데 어떤 차를 선택해야 할까.
먼저 불경기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SUV와 승용차의 경제성을 따져 보자. 콤팩트SUV의 원조인 현대차 투싼과 승용차의 베스트셀러인 현대차 쏘나타를 기준으로 보면 우선 차량 가격부터 투싼이 1,858만원, 쏘나타는 2,010만원으로 쏘나타가 152만원 비싸다. 여기에 등록세와 공채, 취득세 등을 내면 투싼은 1,993만여원, 쏘나타는 2,181만여원이 된다. 반면 중형SUV인 싼타페와 쏘나타를 비교하면 싼타페는 등록 단계에서 모두 2,237만여원을 내야 해 승용차인 쏘나타에 비해 50여만원 더 비싸다.
SUV의 경제성은 그러나 차를 산 뒤 나타나기 시작한다. 1년에 2만㎞를 주행한다고 볼 때 앞으로 5년 동안 투싼을 몰 경우 기름값은 모두 855만여원 밖에 안 든다. 1년에 150만~180만원 정도 부담하면 된다. 그러나 쏘나타를 탄다면 1년에 기름값이 260만원 이상 들어 5년 동안 모두 1,316만원을 주유소에 내야 한다. 이러한 차이는 경유값이 휘발유에 비해 싼 데다 투싼의 연비가 ℓ당 12.9㎞로 쏘나타의 10.7㎞에 비해 뛰어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SUV 연비는 승용차에 비해 2~4㎞ 정도 우수하다. 물론 정부 에너지세제개편 방침에 따라 현재 휘발유 대비 71%인 경유가가 단계적으로 상승, 2008년에는 휘발유의 85% 수준까지 올라간다는 것까지 감안해8 계산한 수치다. 싼타페의 5년 동안 기름값도 920만원으로 쏘나타에 비해 400만원 가까이 낮다.
기름값 뿐 아니라 세금도 SUV가 유리하다. 5인승인 투싼은 세금면에서는 승용차로 분류되는 만큼 자동차세가 쏘나타와 거의 같다. 반면 7인승인 싼타페의 경우에는 앞으로 5년간 낼 총 세금이 승용차인 쏘나타에 비해 100만원 정도 싼 145만원에 불과하다. 자동차관리법 개정으로 7~10인승 자동차에 대한 세금이 올해 1월부터 순차적으로 인상돼 2007년에는 승용차와 같아지지만 그래도 유예 기간의 덕을 톡톡히 보는 셈이다.
이에 따라 처음 차를 산 뒤 5년 동안 운영하는 경우 차값, 등록·취득세와 공채, 기름값, 정기 자동차세 등을 합해 투싼은 총 3,092만원이 드는 반면 쏘나타는 3,742만원으로 SUV인 투싼이 무려 650만원이나 싸다. 싼타페도 3,303만원으로 쏘나타보다 440만원 가량 저렴하다. 지금 SUV를 사면 승용차와 비교할 때 5년 후엔 경차를 한 대 살 정도의 돈이 빠지는 셈이다.
차를 운행하다 중고차로 팔 경우에도 승용차보다는 SUV가 낫다. 업계에 따르면 SUV의 중고차 시세는 통상 2004년식의 경우 신차 가격대비 77.8% 안팎으로 책정돼 있는 데 비해 2004년형 승용차의 중고 시세는 73.8%의 가격으로 매겨지고 있다. 2003년식도 SUV는 신차의 63.6%, 승용차는 55.4% 정도의 가격에 중고차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SUV의 가장 큰 장점은 다목적성이다. 승용차는 출퇴근과 시내 주행에 유리한 반면 SUV는 말 그대로 각종 스포츠·레저 활동에 적합한데다 비포장 도로도 얼마든지 달릴 수 있다. 그만큼 자유로운 차가 SUV다. 그렇다고 출퇴근과 시내 주행에 무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점차 주5일제가 확산되고 있고 여가 활동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사회 트렌드도 SUV 차끊량의 수요가 느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불경기와 고유가가 지속되며 휘발유에 비해 저렴한 경유를 사용하는데다 연비도 뛰어난 SUV와 레저용차량(RV)의 경제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1997년 이전 10%에도 못 미쳤던 SUV를 포함한 RV의 시장 점유율이 2000년 이후 30%까지 확장된 데 이어 앞으로도 점유율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박일근기자 i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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