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이 예년과는 사뭇 다르게 설 연휴 민심 잡기 정치를 시작하고 있다. 우선 귀성객이 몰리는 서울역이나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상대당을 격렬하게 비방하는 당보나 홍보 책자 배포가 눈에 띄지 않는다.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은 이번 설 연휴 활동의 포인트를 상대당에 대한 공세보다는 차분하게 소외계층을 돌아보고 밑바닥의 목소리를 듣는 쪽에 맞췄다고 한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 불기 시작한 민생우선 실용주의 노선 바람의 연장이라고 풀이된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야 모두 설 연휴에 민심의 현장에서 해답을 찾아야 할 녹록지 않은 숙제를 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열린우리당은 연휴 직전 가진 당 연찬회에서 당 지도부의 실용주의 노선 정책기조를 재확인하고 공감대를 넓힌 상황이어서 다소 여유 있게 귀향활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민생 현장과 실제 정치에서 실용주의를 어떻게 구체화할지가 분명치 않다는 것이 문제다. 당장 연휴 후 본격화할 임시국회에서 민생법안과 개혁법안들을 우선순위를 정해 원만하게 처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경제회생과 일자리 창출에서 구체적 실적이 없으면 실용주의는 공허해진다. 우리당은 설 연휴에 실용주의노선을 뒷받침할 민심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를 분명하게 체득해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의 처지는 훨씬 더 불리하다. 제천 연찬회에서 집권의 비전을 갖추기 위해 당이 달라져야 한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됐으나 구체적인 방법을 놓고 당내 제세력 간 의견이 크게 다르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표의 리더십이 과거사 조사 문제 등 당 안팎의 도전으로 흔들리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한나라당은 이번 귀향활동 중 국민들이 제1야당으로서 자신들에게 거는 기대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들어야 할 것이다. 당내의 첨예한 정체성 논쟁도 국민의 목소리를 통해서만 정리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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