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총선 35% 개표결과 이라크 시아파 최고지도자 그랜드 아야툴라 알리 알 시스타니가 이끄는 ‘통일이라크연합(UIA)’이 압도적인 표차로 앞서 나가는 것으로 나타나 총선 후 이라크 정계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4일 이라크 선관위에 따르면 전체 18개 주 중 바그다드를 포함한 10개 중에 대한 개표 결과 330만표 중 67%에 달하는 221만2,000표를 UIA가 휩쓸어 다른 정당이나 정당연합을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UIA는 시아파 수니파 쿠르드족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수도 바그다드에서도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UIA가 헌법을 제정할 차기 과도정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UIA는 압델 아지즈 알 하킴이 이끄는 이슬람혁명최고평의회(SCIRI)와 이브라힘 자파리 부통령의 이슬람다와당, 아흐메드 찰라비가 대표로 있는 이라크국민회의(INC) 등 20개 종교세력·정당이 연합한 시아파 최대 정파이다.
당초 UIA와 치열하게 경합할 것으로 점쳐졌던 이야드 알라위 임시정부 총리의 세속주의 연합정파 ‘이라크리스트’의 득표율은 17%(57만9,000표)에 그쳤으며, 바그다드에서도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그나마 2위 라는데 위안을 삼고 있는 알라위 총리측은 쿠르드 지역에서 개표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경우 더욱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초반이지만 이날 개표결과가 관심을 끈 것은 시아파 양대 세력다툼에서 알 시스타니의 UIA가 알라위 총리의 이라크리스트를 압도하고 있다는 점때문이다. 수니파가 선거에 대거 불참해 시아파가 득세하리란 것은 익히 예견된 것이었으나, 시아파 양대 정파 간 득표율에서 이 같은 차이가 있으리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알라위 총리를 지지하는 미국은 두 시아파 정파가 40~45%의 지지를 얻어 치열한 다수당 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했으며, 이 같은 전망을 토대로 알 하킴 대신 친미성향의 알라위 총리를 차기 과도정부의 총리로 다시 내세우려는 복안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친 이란 성향의 이슬람 국가를 지향하는 UIA가 급부상함으로써 미국의 전략도 크게 수정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중동지역의 민주주의를 확산하기 위해 막대한 희생을 치른 미국이 가장 우려했던 친 이란계 이슬람 정당에게 권력을 넘겨줌으로써 "죽 쑤어 개 준 격"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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