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도 공격도 기대 이하였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공수라인을 재정비하지 않으면 9일 열리는 쿠웨이트전을 낙관할 수 없게 됐다.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4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이집트와의 평가전에서 0-1로 패했다. 이로써 본프레레호는 지난해 7월 출범후 6승5무3패를 기록했으며 올해 들어 2무2패가 됐다.
영하의 쌀쌀한 날씨 속에 열린 이날 경기는 상대와 장소, 시간(밤 8시) 모두 9일 열리는 독일월드컵 아시아지지역 최종예선 쿠웨이트전에 대비한 시뮬레이션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불안한 수비, 답답한 공격 패턴을 반복하면서 공수 양면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본프레레 감독은 팀에 뒤늦게 합류한 이천수를 이동국과 함께 최전방에 투입하고,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유상철을 중앙 수비수로 선발 투입하는 등 공수의 핵심전력을 테스트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미드필드에서부터 강력한 압박을 전개하는 이집트의 적극성에 밀려 전반 중반까지 이렇다 할 공격을 하지 못했다. 공수 전환시 패스 미스가 잇따라 흐름이 곧잘 끊겼고, 패스 동작이 상대에게 읽혀 볼이 차단되기 일쑤였다. 좌우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나 위협적인 2선 침투도 거의 없었다.
오히려 초반부터 단번에 찔러주는 이집트의 스루패스에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 유상철은 제 컨디션이 아닌 듯 백패스로 넘어온 볼을 놓쳐 위험한 상황을 초래했고, 또다른 수비수들인 박재홍 박동혁도 개인기가 좋은 상대 공격수에게 쉽게 공간을 내줘 ‘가슴 철렁한’ 상황이 잇따랐다.
전반 14분 선취골을 내준 것도 수비의 문제였다. 한국측 왼쪽 측면이 공간 패스 한방에 뚫렸고, 이집트 선수의 슛을 불안전하게 걷어내는 바람에 이집트의 압델 나비가 이 공을 낚아채 바로 차 넣었다. 한국은 후반 들어 이동국 대신 조재진을, 유상철 자리에는 유경렬을 교체 투입하며 적극적인 공세를 폈다. 수비는 전반에 비해 다소 안정됐고 공격도 주도권을 잡았지만 골문으로 이어지는 크로스와 슈팅이 부정확해 득점에는 실패했다. 후반 5분 김남일의 슛을 시작으로 이천수 정경호 등이 잇따라 상대 골문을 두드렸으나 무위에 그쳤다. 13분 정경호의 슛은 골망을 흔들었으나 오프사이드가 선언되고 난 뒤였다. 후반 38분 조재진의 날카로운 헤딩슛은 상대 골키퍼의 손에 걸렸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본프레레 감독 "정신 못차렸다"
요하네스 본프1레레 한국 감독=오늘 경기는 출발이 너무 느렸다. 수비 뿐 아니라 미드필드에서의 마킹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미드필더와 공격수들의 움직임도 적절하지 못했고, 볼이 흐르는 속도도 너무 느렸다. 자신감이 없는 경기를 펼친 것이 아쉽다.
유상철을 기용한 것은 부상에서 5개월 만에 돌아온 김남일처럼 실전 경험을 통해 경기에 나갈 준비를 시키기 위해서였다. 쿠웨이트전 출전 선수를 고르는 일은 아주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2,3일 안으로 출전 선수 명단을 발표하겠다. 전반에 몇몇 선수들이 정신적인 부분에서 미흡한 부분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 쿠웨이트 감독 "준비는 끝났다"/"각오하라, 한국"
한국과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1차전을 갖는 쿠웨이트 대표팀 감독이 ‘한국을 꺾을 준비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한국과 이집트의 평가전을 보기 위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슬로보단 파브코비치 쿠웨이트 감독은 4일 "한국팀에 대한 분석은 이미 끝났다. 오늘 경기를 보고 베스트11과 전술을 최종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새로 지휘봉을 잡은 파브코비치 감독은 2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북한과의 최종 평가전을 0-0으로 마무리하고 한국의 전력탐색을 위해 선수단에 앞서 이날 먼저 입국했다.
이날 한국 경기를 관전한 파브코비치 감독은 "공격은 위협적이지만 수비는 다소 불안하다"며 첫 인상을 털어놓았다. 파브코비치 감독은 "0-1로 졌지만 친선경기라 결과가 중요한 건 아니다. 내용면에서는 한국의 조직력이 더 좋았고 슈팅이나 코너킥 등 찬스가 더 많았다"면서 "정경호, 이천수, 이동국 등 세명의 포워드 모두가 위협적인 선수였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특히 "정경호는 움직임이 좋고 드리블과 점프력이 뛰어나다"며 가장 인상적인 선수로 꼽았다.
한국의 강추위에 대해 파브코비치 감독은 "중국에서 일주일 동안 훈련했는데 한국보다 더 추웠다. 하지만 섭씨 20도 이상의 따뜻한 날씨에 익숙한 선수들에게 추운 날씨가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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