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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단식중단과 바꾼 사회적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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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단식중단과 바꾼 사회적 부담

입력
2005.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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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 스님의 단식이 100일 만에 풀렸다. 자초지종이 어떻든 꺼져 가던 스님의 생명을 구한 것은 여간 다행스럽지 않다. 스님의 단식을 지켜보며 많은 사람들이 느껴야 했던 안타까움과 정체 모를 마음의 부담을 덜게 된 것도 그렇다.

한 사람의 초인적 의지가 요지부동일 듯하던 정부 정책을 크게 흔들었으니 신념이 산을 움직인다는 옛말이 새삼스럽다. 스님이나 주위 사람들로서는 뿌듯한 감개를 느낄 만하다.

그러나 만일의 사태에 따를 정치적 부담을 피하려는 정부의 선택은 당장, 또 장기적으로 커다란 문제를 남겼다. 정부는 스님과 3개월간의 ‘환경영향 공동조사’에 합의했고, 조사에 방해가 되는 공사는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스님의 요구인 ‘발파공사 중단’을 언명하진 않았지만 조사단이 요청하면 언제든 중단해야 하고, 벌써부터 관계자들은 발파작업 중지를 밝히고 있다.

과거의 예로 보아 공동조사단이 합치된 의견을 낼 수 있을지가 우선 의문이고, 일치된 결론에 이르더라도 특별한 의미를 점치기 어렵다. 조사 결과 터널공사가 천성산 늪지에 미칠 악영향이 추정되더라도 공사 계획의 전면 수정보다는 부분적 보완책으로 흐를 것이다. 반대의 경우에도 법원 결정에까지 불복한 마당이고 보면 깨끗한 승복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3개월 동안의 부분적 공사중단과 지연만 거쳐 문제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셈이라면 일찌감치 최대한의 늪지 보호책을 강구하는 것만 못하다.

가장 큰 문제는 극단적 수단만 갖추면 법원의 결정까지 받은 정부정책을 언제든 흩뜨릴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이 뿌리내릴 가능성이다. 명백한 불의에 대한 저항은 숭고한 가치를 지니지만, 선택의 문제를 놓고 반쪽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고집은 사회에 대한 일종의 테러이다. 그에 굴복한 정부의 비겁이 국민의 판단력까지 허물지 않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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