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내부에서는 쌀의 재고과잉이 문제이지만, 국제 곡물시장에서는 쌀 재고가 1977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시장 불안정성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중반 이후 쌀의 국제가격이 속등하고 있으며, 올해 한국과 일본의 작황이 예년에 미치지 못할 경우 국제시장에서 쌀 값 폭등이 예상된다.
4일 농촌경제연구원이 입수해 발표한 미국 농무부의 ‘2005년 세계 쌀 시장 동향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이후 4년 연속 쌀 소비량이 생산량을 추월, 99년 1억4,691만톤이던 전 세계 쌀 재고량이 올 연말에는 7,140만톤으로 급감할 전망이다. 식량위기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인 재고율(재고량/소비량)도 99년 말(36.8%)의 절반 수준인 17.3%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세계식량기구(FAO)는 식량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곡물의 최소 재고율을 17~18%로 규정하고 있는데, 쌀의 재고율이 FAO 기준까지 내려온 것은 77년 이후 처음이다. 2000년 이후 쌀 소비량이 생산량을 상회한 것은 공급과잉을 우려해 주요국들이 경지면적을 줄였기 때문이다.
국제 쌀 시장의 불안정성이 가중되면서 국제 쌀값도 상승하고 있다. 국제시장에서 교역량이 가장 많은 태국산 B등급 쌀의 경우 2005년 1월 초 가격은 톤당 282달러로 전년동월 대비 34.3%나 올랐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주곡인 중단립종(자포니카 쌀)의 경우 세계 전체 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해 올해 중국 동북 3성과 일본, 한국 등의 중단립종 재배지역의 작황이 악화할 경우 국제 쌀 값이 급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농경연 김태곤 연구위원은 "쌀의 경우 밀 옥수 등과는 달리 지난해에도 재고가 줄어 국제가격이 상승했다"며 "안정적인 식량확보 시스템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중국 일본과 같은 대량 곡물 수입국에 인접, 식량위기가 발생할 경우 큰 타격이 예상된다"며 "중국이나 미국에 집중된 곡물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한편, 25%에 불과한 현재의 곡물자급도가 적정한지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