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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성의 미학 - 에로티시즘은 예술의 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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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성의 미학 - 에로티시즘은 예술의 샘터

입력
2005.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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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적 진보 논객 진중권(42)씨와 아내 미와 교코(三輪今日子·45)씨가 함께 ‘성의 미학’을 냈다.

주로 15세기 이후 서양미술에 드러난 에로티시즘을 탐구한 이 책은 진씨가 1997년에 낸 ‘춤추는 죽음’의 쌍둥이 동생 격.

진씨는 삶을 자연으로 되돌리는 죽음, 즉 타나토스에 대한 표상을 서양미술에서 읽은‘춤추는 죽음’을 쓴 이후 그것과 대구를 이룰 ‘자연에서 삶을 퍼올리는 에로스’를 주제로 한 그림읽기와 글쓰기를 계획했다고 한다.

에로틱 미술로 들어가는 첫 관문으로 몸이란 주제를 택한 저자는 "서양미술에서 세상을 보는 눈은 남자의 시선이고, 그래서 에로틱 예술이 묘사한 대상도 주로 굶주린 사내가 여성의 옷 너머에서 애타게 보고 싶어하던 여성의 음부와 젖가슴, 벗은 몸 전체와 다르지 않다"고 했다.

음부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프랑스 사실주의 화가 구스타브 쿠르베의 대표작 ‘세계의 근원’(1866년)은 풍경화 ‘루에의 동굴’(1864년)과 구도가 겹친다. 여성의 나체를 대하는 작가의 시선이 어머니로 상징되는 대지를 보는 눈과 일치하기 때문. 이 작품을 개인으론 최후로 소장한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도 역시 물의 흐름을 묘사한 듯한 앙드레 마송의 ‘세계의 근원’(1955년)과 이중 액자로 만들어 겹쳐 걸었다고 한다.

훔쳐보기, 근친상간, 새도-마조히즘 등 성의 터부 또한 무의식적이든 의식적이든 작가들의 영감을 끊임없이 분출시킨 소재이다.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롯과 두 딸의 이야기는 근친상간의 모티프로 미술사에 꾸준히 나타난다. 백조로 변신한 제우스와 레다의 에피소드 같은 신화를 빌어 서양미술은 동물과의 성적 유희에 대한 욕망도 대리만족시켜 주곤 했다. 동성애, 양성구유 등 다양한 성의 모습도 파헤친다. 욕망과 금기의 경계를 교묘히 넘나들며 "예술이 성욕을 사회적으로 분절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진씨의 이름값에 그 공이 바랜 감이 있지만 ‘성의 미학’은 실은 베를린자유대에서 서양미술사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미와씨의 책이다. 진씨가 아이디어를 냈으나, 정작 작품을 고르고 원고집필을 한 이는 미와씨다.

미술을 매개로 에로티시즘에 대한 관념의 변화까지 추적하기를 이 책에서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진씨의 머리말대로 ‘질펀하게 에로틱’한 그림들이 가득하고, 그 그림들을 ‘쉽고 편안하게’ 읽는 길을 안내 받을 수는 있다.

미술 속 에로티시즘은 이야기를 풀어내기에 좋은 주제 같다.‘서양미술의 섹슈얼리티’(에드워드 루시-스미스 지음), ‘사비나의 에로틱 갤러리’(이명옥 지음) 등도 비슷한 시각에서 미술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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