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등의 신용을 보강해주는 정부의 신용보증 규모가 너무 과도해 구조조정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생존 능력이 없는 기업에까지 무차별적으로 혜택을 주어 퇴출을 지연시키고, 결국은 우량기업까지 구축(驅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단계적으로 신용보증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최후의 안전망까지 급작스럽게 붕괴시킬 경우 위기가 증폭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3일 금융당국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에 따르면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 등을 통한 우리나라의 정책적인 신용보증 규모는 2003년말 현재 건수로는 256만건, 잔액 기준으로는 80조원에 달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11.1%에 달하는 규모다. 일본을 제외한다면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선진국의 경우 GDP 대비 신용보증 비율은 1%에도 못 미친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신용보증이 비대한 것은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당장 재정지출을 늘려야 하는 직접적인 지원보다 유사한 지원효과를 낼 수 있는 보증지원 방식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한양대 경제학부 김관영 교수는 "시장 원리에 따라 퇴출되어야 할 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이 정%부의 신용보증으로 계속 연명하면서 우리 경제는 안으로 곪아 왔다"며 "신용보증 부실은 곧 국가와 국민의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신용보증 확대 →부실기업 연명 →경쟁 격화 →우량기업 동반 부실→ 보증 확대’의 악순환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옥석 가리기를 통한 선별 지원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선진국의 경우 신용이 없는 신규 창업에 대해서는 신용보증을 해주지만, 이후부터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며 "우리나라는 보증 승인율이 95%에 육박할 정도로 무차별적인 보증 지원과 연장이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통상 대출액의 85%까지 기금에서 보증을 해주기 때문에, 은행들 또한 신용보증서만 들고 오면 형식적인 대출 심사만 할 뿐이다.
이에 따라 당장의 출혈을 감수하더라도 단계적으로 신용보증을 축소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KDI 고영선 연구위원은 "당장 어렵다고 보증 축소 시기를 계속 늦춘다면 언젠가는 고스란히 부실로 이어질 것"이라며 "로드맵을 가지고 단계적으로 보증을 축소하고 직접적인 지원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경기 침체기에 자칫 보증을 축소할 경우 자영업자와 중기의 줄도산으로 이어져 걷잡을 수 없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중소업체 사장은 "가뜩이나 연명하기 힘든 상황에 보증까지 축소할 경우 문을 닫아야 할 기업이 속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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