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소사(전북 부안군·사진)
변산반도는 태안반도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반도이다. 바다와 접한 외변산과 육지쪽인 내변산으로 나눠진다. 접근성에 있어서는 외변산이 비교우위에 있지만 변산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느끼려면 내변산을 보아야 한다. 산과 계곡이 어우러지는 수려한 경치를 자랑한다. 채석강이 외변산의 대표선수라면 내변산의 대표는 내소사이다. 선운사의 말사로, 633년 백제의 승려 혜구두타가 창건했다. 원래 이름은 소래사였으나 언제부인지 내소사로 불린다. 입구부터 숨이 막히는 아름다움이 기다린다. 600m가량 이어지는 전나무숲이다. 강원 평창의 월정사 전나무숲과 함께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길로 명성이 나있다. 숲길을 헤치고 나와 천왕문을 들어서면 하늘을 가릴 듯 서있는 느티나무와 보리수나무가 두번째 감동을 준다. 17세기초 건축된 대웅전은 색이 칠해지지 않은 나무 그대로의 색깔이 오히려 세월의 주름을 느끼게 한다. 빛 바랜 연꽃무늬의 문살은 소박미의 극치를 이룬다. 여느 대웅전과 달리 불전 뒤 벽면에도 관세음보살이 새겨져 있다. 절 뒤로 수직에 가까운 바위산 관음봉이 버티고 서있다. 능가산이라고도 불린다. 어찌 오를까 싶지만 전나무숲 옆으로 등산로가 나있다. 관음봉에 서면 내소사 전경은 물론, 멀리 격포 앞바다의 갯벌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고개를 돌리면 부드럽게 이어지는 변산의 연봉들과 부암댐 건설로 만들어진 부암호를 볼 수 있다. 관음봉에서 직소폭포, 봉래구곡, 낙조대로 이어지는 산행에서 내변산의 진가를 알 수 있다. 변산반도 관리사무소 (063)582-7808.
◆ 팔공산 갓바위(경북 경산시)
팔공산은 신라 5악으로 불릴 만큼 영남권에서 수려한 산세와 풍광을 자랑하는 산이다. 대구, 영천, 경산, 군위 등 경북 내륙을 두루 아우르는 산이다. 해발 850m지점에 위치한 관봉의 갓바위 때문에 더욱 유명하다. 갓바위의 정확한 명칭은 선본사 관봉석조여래좌상. 중생의 소원을 이뤄주는 약사여래로 9세기에 만들어진 높이 4m의 석불상이다. 머리위에 두께 15cm가량의 갓모양의 판석이 놓여있어 갓바위라고 불린다. 불상의 배경이 되는 암벽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근엄하고도 인자한 표정을 가졌다. 지성으로 기도하면 한가지 소원을 이뤄준다는 전설이 전한다. 입시철이나 정월 초하루가 되면 치성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일반 사찰과는 달리 오르는 것 자체가 산행이다. 가파른 계단과 오르막의 연속이다. 일반 등산객도 쉽지 않은 코스이지만 정작 이 곳을 주로 찾는 사람은 한국의 여성들이다. 자녀의 무사안녕이나 자식을 점지해주기를 빌기 위해 백일기도, 천일기도를 마다 않는다. 대구에서는 갓바위 시설지구에서 관암사를 거쳐 갓바위까지 가는 데 1시간 가량 걸린다. 좀더 쉽게 오르려면 경산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갓바위 시설지구앞에서 은해사 방면에서 우회전, 경산 와촌방향으로 가면 갓바위 이정표와 선본사를 만난다. 선본사는 갓바위의 본사. 여기서 칠성각, 산신각이 있는 하단, 법당과 요사체를 모셔놓은 중단을 거쳐 정상까지 40분가량 소요된다. 선본사종무소 (053)851-1868.
◆ 칠갑산 장곡사(충남 청양군)
칠갑산은 한때 유행가 제목으로 널리 알려진 곳. 하지만 정작 어디에 있는 지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충남 청양군 대치면에 자리잡고 있다. 높이 561m의 자그마한 산이다. 형세가 소의 등을 닮아 완만하지만 경치가 수려해 정상까지 3km가량의 코스는 가족단위 등산객에게 인기있다.
장곡사는 칠갑산 깊숙이 둥지를 튼 천년고찰이다. 통일신라 문성왕 12년(850년) 보조국사 지눌이 창건했다. 충남 공주 마곡사의 말사이다. 규모가 그다지 크지 않은 절이지만 의외로 많은 국보급 유물이 전한다. 철조약사여래좌상부석조대좌(국보 58호), 미륵불괘불탱화(국보 300호) 등 국보 2점과 상대웅전(보물 162호), 하대웅전(보물 181호) 등 보물 4점이 있다. 비늘 모양이 뚜렷한 목어와 800년 묵은 괴목도 유명하다. 국내에서는 드물게 코끼리 가죽으로 만든 법고도 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2개의 대웅전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도 특징. 상대웅전은 고려시대, 하대웅전은 조선후기에 건축됐다. 수세기를 시차를 두고 지어진 만큼 건축양식이 다르지만 두 건물 모두 고려시대 양식인 맞배지붕을 하고 있다는 것도 재미있다. 장곡사 종무소 (041)942-6769.
◆ 천성산 내원사(경남 양산시)
영남알프스로 일컬어지는 영남지역 명산중 가장 남쪽에 자리잡고 있다. 천성산이라는 이름보다는 내원사계곡으로 더 알려져 있다. 경부고속철 천성산 터널 관통공사에 반대, 지율스님이 벌이고 있는 단식투쟁으로 언론에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다. 내원사계곡은 규모는 작지만 변화무쌍한 풍광을 연출, 제2의 금강산으로 불리는 곳이다. 마을입구에서 내원사까지 4km에 걸쳐 계곡이 나있다. 계곡 물이 맑다 못해 옥빛을 띤다. 손이라도 담그면 금세 물이 들 것 같다. 삼층바위, 미니폭포, 병풍바위 등 소박하면서도 정갈한 맛을 주는 경치가 이어진다. 절입구까지 도로가 나있지만 트레킹삼아 걷는 것이 더욱 운치있다.
내원사는 신라 문무왕 13년(673년) 원효대사가 창건한 절이다. 원효대사의 신통술로 목숨을 건진 당나라 태화사의 신도 1,000명을 제자로 삼으면서 수도처로 삼았다. 천성산이라는 이름도 천명(千)의 성인(聖)이 이 곳에서 득도를 했다고 해서 유래했다. 몇차례의 화재로 인해 중건을 한 탓에 세월의 더께를 느낄 수 있는 건물은 찾기 힘들지만 여전히 기품이 넘친다. 절 뒤로 나있는 길을 따라 1시간 30분 가%B량 발품을 팔면 천성산 제2봉을 만난다. 여기서 천성산주봉으로 가는 길은 억새와 기암괴석으로 출렁인다. 원적암, 원효암, 흥룡폭포 볼거리도 많다. 내원사에서 조용히 수도를 닦던 지율스님이 목숨을 걸고 천성산 지키기에 나서는 이유를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내원사 (055)374-6466.
◆ 마이산 탑사(전북 진안군)
수많은 전국의 산중에서도 가장 묘한 생김새를 가진 곳이 마이산이다. 말의 두 귀처럼 쫑긋 솟은 암마이봉 (686m)과 숫마이봉 (680m)이 신비감을 더해준다. 마이산의 보물인 탑사 역시 신비스러운 사찰 중 하나이다. 80여개의 가지런히 놓인 돌탑이 인상적이다. 이갑룡처사가 25세때 이 곳에 들어와 50여년에 걸쳐 쌓았다고 전해진다. 물론 모든 탑을 그가 쌓은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밝혀진 사실이지만 지금의 형태로 다듬은 공로는 인정할 만 하다. 수억년전 이 곳이 호수였음을 추정케하는 벌집모양의 굴(타포니), 겨울이면 생긴다는 역고드름현상 등 한국의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있는 특이한 지형 때문에 국가지정 명승 12호로 지정됐다.
숫마이봉은 험해서 전문산악인이 아니면 도전하기 어렵다. 암마이봉은 최근 안식년에 들어가 10년동안 입산이 불가능하다. 두 마이봉 중턱을 넘어가는 트레킹으로 만족해야 한다. 탑사를 끼고 오르막길을 걷다보면 또 하나의 절집 은수사를 만난다. 태조 이성계가 백일기도를 위해 들렀다는 곳이다. 마이산 관리사무소 (063)433-3313.
글·사진=한창만기자 cmhan@hk.co.kr
■ 산사 여행 | 5대 적멸보궁 - "비워라 비워 모두" 불상마저 없는 聖殿
새 것을 담으려면 있던 것을 비워야 하는 법. 새 소망을 비는 이치도 같다. ‘비움’을 배우는 여행을 떠난다. 산사, 그 중에서도 적멸의 성전인 적멸보궁으로 간다. 적멸이란 열반(涅槃·Nirvana)을 뜻하는 말로 적멸보궁은 열반한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곳이다. 신라의 자장율사는 7세기에 중국에서 사리와 가사를 가져와 이 땅에 5곳의 적멸보궁을 지었다. 5대 적멸보궁이라 불린다. 보궁에는 불상이 없다. 대신 수미단(불단)에 빈 방석만이 놓여있다. 1,000년이 넘게 비어있는 자리. 비운만큼 이룰 것이다.
◆ 사리 가장 먼저 봉안 ‘불교 종가’
●영축산 통도사(通度寺) 적멸보궁
- 경남 양산시 하북면
우리나라 불교에는 3보 사찰이 있다. 부처의 말씀인 팔만대장경이 있는 합천 해인사는 법보(法寶), 수?%6많은 대승2을 배출한 순천 송광사는 승보(僧寶), 부처의 진신사리를 봉안하고 있는 양산 통도사는 불보(佛寶) 사찰이다. 3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부처를 모신 불보, 통도사이다. 자장율사가 사리를 가장 먼저 봉안한 곳이 바로 통도사이다. 일주문 기둥에 ‘불교의 종가(佛之宗家)’라고 쓰여진 것도 이런 까닭이다. 5대 적멸보궁 중 참배객이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진입로가 운치가 있다. 냇물이 흐르는 길 옆으로 사지를 비튼 소나무들이 늘어서 있다.
일주문과 금강문, 불이문을 차례로 지나면 좌우로 고풍스러운 건물과 탑이 도열한다. 적멸보궁은 정면에 서 있다. 사방으로 적멸보궁, 대웅전, 대방광전, 금강계단이라는 현판을 걸었는데 금강계단 글씨와 일주문 현판은 흥선대원군의 작품이다. 불상이 없는 빈 불단 뒤로 창이 넓게 나 있고 사리를 모신 금강계단(金剛戒壇)이 보인다.
적멸보궁 옆에는 구룡신지라는 작은 연못이 있다. 통도사의 터는 원래 큰 호수였고 옛날에는 아홉마리의 용이 살았다고 한다. 절을 짓느라 호수를 메우면서 여덟 마리의 용이 쫓겨가고 한 마리만이 절을 지키며 남았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가물어도 물이 줄지 않는다는 신비의 연못이다. 경부고속도로 통도사IC에서 승용차로 5분 거리이다. 종무소 (055)382-7182
◆ 수마노탑에 진신사리 모셔
●태백산 정암사(淨巖寺) 적멸보궁
- 강원 정선군 고한읍
자장율사가 적멸보궁을 세웠을 당시에는 정말 심산유곡이었을 것이다. 속세의 숨결조차 미치지 않기를 바랐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서서 정암사가 있는 정선 사북과 고한의 숨결은 언제나 거칠었다. 석탄 산지로 한국의 근대화를 이끌었다. 여전히 남아있는 탄광촌의 찌그러진 판자촌, 계곡의 바위마저 녹슬게 한 폐광의 폐수, 탄좌의 요란한 기계소리…. 탄광의 경기가 사라진 지금은 ‘돈 놓고 돈 먹기’ 카지노가 분주함을 잇고 있다.
정암사는 그 정(淨)하지 않은 기운의 한 가운데에 연꽃처럼 정(淨)하게 피어 있는 절이다. 대찰은 아니지만 위엄이 추상같다. 탄허스님이 현판을 쓴 일주문을 들어서면 왼편으로 육화정사, 정면에 범종각이 서있고 범종각 너머 적멸궁이 눈에 들어온다.
적멸궁은 고색창연하고 아름답다. 단청은 색이 바래고 기둥과 서까래는 세월만큼 주름이 졌다. 지붕에만 반짝이는 청기와를 얹고 있다. 잘 정돈된 돌담과 그 안에 좌정한 적멸궁은 예술적 외경심마저 불러 일으킨다. 적멸궁 뒤 언덕에 사리를 모신 수마노탑(보물 제410호)이 있다. 보석의 일종인 마노석 벽돌로 쌓은 7층 모전탑이다. 적멸보궁을 나와 왼쪽의 갈지자(之)자 계단길을 100여m 올라야 한다.
5곳의 적멸보궁 중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다. 절 앞에 대로(414번 지방국도)가 나 있다. 정선과 태백을 연결하는 38번 국도를 이용하거나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태백선 열차로 고한까지 간 뒤, 만항행 버스를 타면 된다. 종무소 (033)591-2469
◆ 풍수지리학상 최고 명당 사찰
●오대산 적멸보궁
- 강원 평창군 진부면
우리나라의 사찰 중 풍수지리학적으로 가장 좋은 곳에 지어졌다는 평가를 받는 보궁이다. 오대산 주봉인 비로봉 아래에 있다. 이 곳의 모양은 ‘용이 여의주를 희롱하는 형상’이라고 한다. 연봉이 주위를 호위하고 앞은 시원하게 툭 터졌다.
흔히 ‘상원사 적멸보궁’이라고 한다. 상원사는 적멸보궁을 보필하는 절로 세워졌다. 청량선원이라는 이름의 유명한 공붓방도 있다. 다른 적멸보궁이 절 안에 들어있는 것과는 달리 상원사 적멸보궁은 산 위로 약 2km 지점에 있다. 오르는 길은 70%가 계단이다. 언덕을 굽이굽이 돌아가는 짧은 길이지만 제법 땀이 난다. 봉분처럼 생긴 언덕 위에 자리한 적곽멸보궁은 화려하지 않고 단아하다. 댓돌에는 언제나 서너 켤레의 신발이 놓여있고 염불 소리가 들린다.
영동고속도로 하진부IC에서 빠져 주문진으로 가는 6번 국도를 타면 월정사 입구에 닿는다.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비포장 약 8km. 상원사까지 승용차가 들어갈 수 있다. 진부버스터미널에서 1시간 내외의 간격으로 상원사행 버스가 출발한다. 종무소 (033)332-6666
◆ 최근 중수… 화려한 단청 자랑
●사자산 법흥사(法興寺) 적멸보궁
- 강원 영월군 수주면
법흥사는 불교 구산선문의 하나인 사자산문이 문을 열고 위세를 떨쳤던 사찰이다. 그러나 최근까지 그 위세를 느끼기 힘들 정도로 절의 규모가 작았다. 1912년 산불로 소실됐고, 17년의 중건불사를 마치자마자 1931년에는 산사태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1939년 적멸보궁만을 중수한 채 명맥을 유지해 오다가 최근에 비약적으로 대찰의 모습을 회복해가고 있다. 요즘도 불사가 한창이다.
최근에 중수된 적멸보궁이어서인지 5대 적멸보궁 중 가장 화려한 단청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운치는 떨어진다. 현판을 좌우에서 호위하고 있는 용머리 장식이나 뜰에 서있는 한 쌍의 석등도 아직 세월의 맛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 적멸보궁 뒤로는 자장율사가 기도하던 토굴이 있고 그 옆에 사리를 넣어왔다는 석항이 남아있다.
법흥사에서 또 볼만한 것은 보물 제612호인 징효대사탑비. 탑과 나란히 극락전이 세워져 있다. 사자산 자락으로 저녁해가 넘어갈 때, 겨울숲을 배경으로 고즈넉하게 서 있는 극락전은 정갈한 아름다움을 내뿜는다. 종무소 (033)374-9177
◆ 소청봉 밑 1,244m 돌산에 위치
●설악산 봉정암 강원 인제군 북면
설악산의 제3봉인 소청봉 바로 아래에는 기이하게 생긴 바위 능선이 있다. 용의 이빨이라는 뜻의 용아장성이다. 봉정암은 그 용아장성의 바위 사이에 들어있다. 해발 1,244m의 돌산에 있기 때문에 참배객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과거에는 그랬다. 불자보다는 대청봉에 오르는 산꾼들이 들러 목을 축이곤 했던 곳이다. 이제는 완전히 달라졌다. 영험스런 기도터로 알려지면서 기도하는 이들이 줄을 잇는다.
봉정암은 찻길이 끝나는 백담사에서 6시간 정도를 더 걸어야 한다. 처음에는 평탄하고 발걸음마다 절경과 만나는 기쁨이 있지만 마지막 1시간은 등산 전문가들도 힘들어하는 코스, 일명 ‘깔딱고개’이다. 절을 찾는 이들 중 건장한 젊은이는 드물다. 중년 이후의 여성이 대부분이다. 도시에서라면 1층 계단도 못 오르겠다고 엄살을 떨 사람들이 아찔한 돌 언덕을 기다시피 하며 오른다. 새삼 종교의 힘이 경외스럽 느껴지는 모습이다.
봉정암은 아름다운 사찰이기도 하다. 절 마당에 서면 그림 같은 설악의 연봉들이 산수화처럼 앞으로 펼쳐진다. 적멸보궁 뒤로 계단이 있고 그 위 언덕에 풍우에 깎인 돌탑이 서 있다. 천하를 내려다보는 탑의 모습에서 신비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 산사 여행 | 가볼만한 약수터 10選 - 깊은 계곡 약수 한 잔 "이것이 보약!"
음력으로 또 한 해를 여는 새로운 시작점이다. 산행을 곁들인 겨울 여행, 깊은 계곡 약수터에서 맑은 물 정한수 삼아 소망을 기원해보자. 대부분의 유명 약수는 톡 쏘는 탄산수. 철분이 많아 진한 것은 피비린내 같은 맛도 난다. 비위가 약한 사람들은 꺼리지만 몸에 좋은 약은 자고로 쓴 법. 첩첩산중이 고아낸 천연 보약 아닌가. 약 한 사발 마신다는 기분으로 눈 딱 감고 들이키자. 추운 날씨에 마시는 얼얼한 물 한잔이 몸과 정신을 단번에 깨워줄 것이다.
◆ 강원 양구군 동면 후곡약수
대암산 기슭의 이 약수가 발견된 것은 100여 년 전이다. 설사병에 걸렸던 소가 깨끗하게 낫자 소 주인이 신기하게 여겨 주변을 살펴보았더니 바위틈에서 약수가 솟고 있더라는 것. 철분과 불소가 많고 탄산가스가 풍부해 위장병은 물론 피부병에도 효과가 있다. 탄산성분 때문에 이 약수로 밥을 지으면 고려청자 같은 푸른빛이 감돈다. 대암산은 천연기념물 제246호인 고층습지를 품은 산이다. 이 고층 습지가 산에 녹아 들었다 진국으로 나온게 바로 후곡약수다. 인근의 팔랑폭포는 그다지 높지 않지만 폭포 아래로 깊고 푸른 팔랑소가 출렁이고 사방이 암벽에 에워싸여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평화의댐, 펀치볼안보관광지, 양구선사박물관, 박수근미술관 등도 둘러볼 만하다. 양구군청 문화관광과 (033)480-2251
◆ 강원 춘천시 북산면 추곡약수
파로호와 소양호 사이에 솟은 사명산의 경치가 뛰어나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200여 년 전 한 주민이 산신령의 계시를 받아 찾아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철분과 탄산이 주성분이고 감초맛이 난다. 위장병 당뇨 신경통 고혈압 등 주로 성인병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오랜 기간 머물며 장기복용하는 사람이 많다. 추곡약수로 향하는 소양호변 도로는 구불구불 호수를 끼고 도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다. 춘천시청 관광진흥과 (033)250-3068
◆ 강원 양양군 서면 오색약수
설악산의 또 다른 입구. 수려한 주전골의 경관과 약수로 유명항? 사철 등산객이 몰리는 곳이다. 계곡 바위바닥에서 샘이 솟는다. 제1약수터는 몇 년 전부터 말라 현재 그 맛을 볼 수 없지만 3km 떨어진 곳에 제2약수터가 마련돼 오색약수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입안을 쏘는 알싸한 맛이 일품이다. 주변 선녀탕 십이폭포 용소폭포 등에서 겨울산의 운치를 만끽할 수 있다. 국립공원 설악산관리사무소 오색분소 (033)672-2883
◆ 강원 인제군 인제읍 필례약수, 기린면 방동약수
오색에서 한계령으로 오르다 정상 바로 밑에서 현리쪽으로 좌회전해 내려가면 얼마 안가 필례약수다. 소설가 이순원씨가 ‘은비령’이라 노래한 곳이다. 피부병 위장병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방태산 자락의 방동약수는 300년 전 심마니가 꿈에 산신령이 나타나 가르쳐 줬다는 약수다. 철분 함량이 많아 톡 쏘는 맛이 일품이다. 인제군 문화관광과 (033)460-2081~4
◆ 강원 평창군 진부면 방아다리약수
오대산 자락의 방아다리약수는 조선 숙종때 발견된 오랜 역사를 가진 물이다. 약수에는 탄산 철분 등 30여종의 무기질이 함유되어 있다. 특히 철분이 많아 위장병 빈혈 신경통에 특효가 있다고. 주변 250만평에 전나무 100만 그루를 비롯해 잣나무 가문비나무 등 침엽수종이 빽빽이 우거져 있어 삼림욕에 제격. 입구에서 약수터로 가는 약 1km의 전나무숲길은 천국%의 길이다. 주변 월정사 상원사 적멸보궁 등 오대산의 넉넉한 품을 감상할 수 있다. 영동고속도로 진부나들목에서 12km거리로 가깝다. 평창군청 문화관광과 (033)330-2541
◆ 강원 양양군 서면 미천골 불바라기약수
구룡령을 구불구불 내려오다 만나는 미천골 휴양림. 입구에서 약수까지는 약 12km다. 차를 타고 7km 가량은 오를 수 있지만 나머지는 산길을 걸어야 한다. 짙은 숲, 깊은 계곡물과 함께 하는 지루하거나 어렵지 않은 트레킹이다. 바위 위로 폭포 두개가 좌우로 물길을 내고 있는데 왼쪽 폭포 중간지점 빨갛게 물든 곳이 바로 불바라기 약수다. 폭포 바로 옆 절벽에서 약수가 흐른다. 철이 많아 대장간이 번성한 곳이었다고 해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지만 바위를 벌겋게 물들인게 불꽃이 이는 해바라기 모습이다. 휴양림 입구의 폐사지 선림원터 등이 둘러볼 만하다. 통일신라때 큰 절이 있던 곳으로 갑작스런 산사태에 파묻혔다고 한다. 미천골자연휴양림(033)673-1806
◆ 강원 홍천군 내면 삼봉약수
미천골에서 구룡령 너머 홍천 방향으로 달리면 삼봉자연휴양림이 나타난다. 가칠봉과 응복산 사삼봉 등 세 봉우리에 둘러싸여 삼봉으로 불리는데 산장 뒤의 약수터에도 3개의 샘이 있다. 모두 한 뼘 사이로 옹기종기 모여있고 구멍 크기도 조금씩 차이 난다. 하지만 맛은 각각 다르다. 철분이 많이 섞인 탄산약수로 샘 주위가 진한 붉은 빛이다. 위장병과 신경통 피부병에 효과가 있다. 삼봉휴양림 관리사무소 (033)435-8536
◆ 강원 정선군 동면 화암약수
화암팔경 가운데 제1경이 바로 화암약수. 주변 기기묘묘한 바위와 울창한 숲이 멋진 풍경을 선사한다. 청룡과 황룡이 승천했던 자리를 파보니 샘물이 올랐다 전해진다. 마음씨 나쁜 사람람이 이 물을 마시려 하면 물 안에 구렁이 형상이 보여 마실 수 없다는 전설도 함께 한다. 철분과 탄산이 많아 위장병 피부병 눈병에 효험이 있다. 인근에 거북바위 용마소 소금강 등 볼거리가 풍부하며 천연 종유굴인 화암동굴은 빼놓을 수 없는 관광코스다. 화암관광지 관리사무소 (033)562-7062
◆ 경북 봉화군 물야면 오전약수
산이 깊기로는 봉화도 양보할 수 없다. 영주 부석사와 가까운 오전약수는 일명 쑥밭 약수터. 조선시대 한 보부상에 의해 발견돼 알려지기 시작했다. 탄산 성분의 톡 쏘는 맛으로 위장병과 피부병에 효과가 좋다. 1985년부터 관광지로 개발됐다. 한겨울 눈덮인 약수터 주변은 일본의 산골 온천에 온듯한 아늑한 분위기다. 봉화의 다덕, 두내약수도 오전 못지않은 물맛을 자랑한다. 봉화읍에서 가까운 다덕약수는 옛날 많은 이들이 이 약수를 먹고 덕을 보았다 해서 이름 붙여진 곳. 음식점 등 주변 개발이 한창 진행중이다. 오전 약수에서 6km 떨어진 두내약수는 아직 덜 알려져 한가해서 좋다. 봉화군청 문화경제과(054)673-6394
◆ 경북 청송군 청송읍 달기약수
주왕산국립공원자락 청송읍에서 동쪽으로 3km 떨어진 달기약수탕에는 하탕 중탕 상탕 신탕을 비롯해 10여 개의 약수터가 개발됐다. 조선 철종때 수로공사를 하다 발견됐다는 이 약수는 아무리 가물어도 사계절 나오는 양이 일정하고 겨울에도 얼지 않고 색깔과 냄새가 없다. 위장병 신경통 빈혈 등에 효과가 있어 사람들이 줄지어 찾는다. 약수 솟는 소리가 고고고 하는 닭의 소리와 비슷해 달기약수라 불렀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주변에는 이 달기약수로 끓이는 닭백숙집들이 즐비하다. 국립공원 주왕산관리사무소 (054)873-0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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