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의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앞두고 있는 일본 열도가 들썩거리고 있다. 일본은 객관적인 전력상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12년 만에 국제무대에 나오는 북한 축구가 베일에 싸여 있는데다 전력 탐색이 첩보작전을 연상케 하는 등 극도의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북한이 국제무대에 마지막으로 나선 것은 1993년 미국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으로 당시 1승4패에 그쳤다.
9일 일본과의 첫 경기를 앞두고 18명의 최종 엔트리를 발표한 북한 축구의 강점은 "축구는 전쟁이라는 정신력으로 강하게 무장돼 있다"는 것. 부산아시안게임 이후 사령탑을 맡은 윤정수 감독은 공격적이고 과감한 플레이로 지난해 2차예선에서 3승2무1패(11골 5실점)의 성적으로 최종예선에 올랐다. 북한은 김영수(26·173㎝)와 홍영조(22·175㎝)가 투톱을 맡고 있다. 홍영조는 뛰어난 스피드와 탁월한 골결정력으로 2차 예선에서 4골을 뽑아냈다. 또 J리거 출신인 안영학(나고야)과 리한재(히로시마)도 포함돼 있다.
북한전을 앞둔 일본은 6만3,000여장의 입장권이 완전 매진됐고 암표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등 이상 열기에 휩싸여 있다. 더욱이 쿠웨이트와의 평가전이 열린 2일 베이징 근교 내셔널 트레이닝센터에는 수 십명의 일본 취재진이 몰려 들었다. 하지만 북한은 전력 노출을 막기 위해 3m 높이의 담장도 모자라 비닐 차단막까지 설치, ‘죽의 장막’을 방불케 했다. 이날 평가전은 득점 없이 끝났지만 북한 축구에 대한 관심은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8강 기적 이후 최고조에 달한 분위기다.
북한은 또 사상 유례가 없는 정신무장과 당근책까지 동원, ‘일본을 꺾겠다’며 큰소리 치고 있다. 선수단 전체가 ‘단발’을 했고 중국 하이난도 전훈에서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10시간이 넘는 지옥훈련을 펼쳐 주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총1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선수, 감독, 단원들의 사기가 높다"며 일본전을 낙관한 김정식 북한 단장의 담담한 반응을 전했고 교도통신은 북한 체육지도위원회가 선수들에게 고급 차량과 거액의 포상금을 약속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일본과 북한은 4승3무4패로 우열을 가리지 못하고 있으며 가장 최근 맞대결은 93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미국월드컵 아시아예선(일본 3-0 승)이후 12년만이다.
이에 반해 일본 정부는 납치 피해자 메구미 유골 파문으로 북한전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데다 경기장 불상사에 대비해 5,000여명의 병력 배치 계획을 세우고 있고 경기장 당일 극성 응원의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평양에서의 원정경기를 의식, 홈 1차전을 반드시 이겨야 하는 일본 축구계로서는 12년 만에 국제무대에 복귀하는 북한이 이래저래 ‘뜨거운 감자’임에 틀림없다.
KBS2TV는 9일 열리는 북한-일본 전을 오후 7시20분부터 생중계하며 오후 8시부터는 한국-쿠웨이트 전을 메인으로 이원중계 방송할 예정이다.
여동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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