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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최인호 묵상집 '하늘에서 내려온 빵'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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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최인호 묵상집 '하늘에서 내려온 빵' 출간

입력
2005.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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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최인호씨는 어렸을 때 어머니를 따라 성당에 가면, 어머니가 신부님에게서 받아 먹는 것이 뭔지 참 궁금했다. 30년 후인 1987년 6월 세례를 받고 가톨릭에 귀의했을 때야 마침내 그 궁금증이 풀렸다고 한다.

그는 신부님이 ‘그리스도의 몸’이라며 주는 그 동그란 밀떡이 너무 좋았다. 그는 영성체는 하루에 한 번 이상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 해 크리스마스 때 일본 도쿄의 성이냐시오 성당에서 밀떡을 한꺼번에 세 개나 받아먹기도 했다. "배고픈 사람은 남보다 더 많이 먹어야 하듯 나처럼 영혼의 영양실조에 빠져 있는 사람은 참된 양식인 하늘에서 내려온 빵, 주님의 살인 그 밀떡을 남보다 더 먹어도 괜찮을 것이다."

최씨가 93년부터 95년까지 천주교 서울대교구 주보의 ‘말씀의 이삭’란에 연재했던 글을 모아 묵상집 ‘하늘에서 내려온 빵’(샘터 발행)을 냈다. 예닐곱 살이던 부산 피란시절 처음으로 교회에 나간 그에게는 크리스마스 때 나눠주던 미국 구호물자가 하느님이었고, 예수님이었다.

고교 2학년 때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후, 인기작가로 잘 나가던 그는 마흔이 넘어 종교적 성찰에 몰두하게 됐다. 그는 ‘법화경’에 나오는 ‘돌아온 아들’과 성서의 ‘잃었던 아들’의 이야기를 빌어 그 심경의 일단을 털어놓았다. "영혼의 빈털터리. 알 수 없는 악의 종살이로 죄의 노예가 되어 있었다. 견딜 수가 없어 어느 날 온 가족을 데리고 성당을 찾아갔었다. 나는 무릎을 꿇고 이렇게 말했다. ‘항복합니다, 하느님. 무조건 항복입니다’라고."

종교를 갖게 된 후 ‘내 새끼’였던 그의 아이는 ‘손님’으로 바뀌었고, 집은 ‘작은 교회이자 수도원’이 되었다고 했다. 책 속에는 최씨가 어린시절 겪었던 경험과 읽었던 책, 성서 속의 예언자들과 고승들의 예화, 가톨릭 성인, 성철 스님, 톨스토이, 고흐, 요가난다, 에릭 크랩튼, 앙드레 지드 등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인생의 진리를 모색하는 과정이 펼쳐져 있다.

그는 자신처럼 글을 썼고, 나이 먹어 신앙에 눈을 떴던 톨스토이에 특히 공감했다. "우리 모두는 이미 입구는 돌로 막혀 있는 무덤 속에서 죽어 있는 사람들이다.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우리를 위해 기도하여 주시고 이렇게 큰 소리로 외쳐서 우리를 부활시켜주소서. ‘야, 임마. 거기서 도대체 뭘 하고 있냐. 나오너라 이 망할 자식아.’라고. "

남경욱기자 kwna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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