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싫든 좋든 컴퓨터와 함께 산다. 출근하자마자 컴퓨터로 문서를 확인하고 역시 컴퓨터를 통해 서류를 기안, 결재한다. 인터넷의 바다에 들어가면 몰랐던 사실과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게 된다. 각종 언론매체에서 제공하는 콘텐츠 또한 다양하고 네티즌들의 생생한 의견들을 보면서 활자신문과는 또 다른 생생한 여론의 호흡을 느낄 수 있어 좋다. 무엇보다 편리한 것은 장소와 국적을 불문하고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으로 연수를 떠난 학생과 이메일로 안부를 주고받으면서 그곳 교육 현장의 모습을 알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컴퓨터, 특히 인터넷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 어떤 이슈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때 그 의견이 자신과 같지 않다 하여 무례하게 막말을 써가며 심지어는 욕설까지 써가며 반박하는 경우다.
내 경우엔 퇴근 후 집에서 컴퓨터 바둑을 많이 하는데 이상한 대국자를 많이 만나게 된다. 물론 대부분은 예의를 갖춰 서로 인사를 한다. 그러나 승부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시간을 지연시킨다든지, 일부러 계가를 방해한다든지, 심지어 "ID가 그게 뭐냐" 는 등 말도 안 되는 시비를 거는 이들도 있다. 바둑을 통해서 하루의 스트레스를 풀려다 오히려 기분이 상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럴 경우 그분들에게 문자를 통해 "이기시려고 그러시는 겁니까? 그러면 제가 져 드리지요" 하고 물러서고 만다.
컴퓨터와 인터넷은 이제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 요소가 돼 있으나 그 사용문화가 제대로 정착하기까지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다. 얼굴이 안 보인다고 해서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와 배려를 잊는다면 편리함의 순기능보다 자칫 인간의 심성을 타락시키는 역기능이 더욱 크다고 할 것이다.
세계 1위의 인터넷망을 갖추었다고 자랑하는 한국이다. 사이버 세계에서도 내 의견과 다른 의견도 존중해 주는 문화, 눈에 보이지 않는 상대에 대한 예의와 배려가 갖추어질 때 비로소 진정한 IT 선진국임을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skyhoch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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