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바오로 2세 로마 가톨릭 교황이 호흡곤란 증세로 병원에 입원하는 등 최근 건강이 쇠약해 지면서 누가 후계자가 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AP통신은 2일 수년 전부터 추기경들이 교황의 건강문제 때문에 차기 교황 선출문제를 놓고 고민을 해왔다며 후보들을 소개했다. 이번에는 교황이 총애하는 인물이 없어 어느 때 보다도 후보군이 많다.
1순위로는 교황청 신앙교리성의 수장인 요제츠 라칭거 추기경(77·독일)이 꼽혔다. 그는 교황의 정책을 옹호하며 동성애, 피임, 여성의 성직자 임명 등을 강력히 반대하는 전형적인 보수주의파다. 성직자들의 결혼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요한 바오로 3세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교황청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다.
온두라스의 오스카르 안드레스 로드리게스 마라디아가(62) 추기경도 하마평에 올랐다. 그는 남아메리카의 떠오르는 별로 종교 다원주의 경험이 없는 남미의 다른 추기경과는 달리 다른 종파에 대해 개방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진보파다.
이 밖에 흑인교황이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로 오랫동안 언론의 관심이 되고 있는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 의장인 프란시스 아린제(72·나이지리아) 추기경도 후보에 오르고 있다. 호르헤 마리오 베르호흘리오 아르헨티나 추기경과 고드프리드 다넬스 벨기에 추기경, 노르베르토 리베라 카레라 멕시코 추기경, 크리스토프 쉰보른 오스트리아 추기경, 디오니기 테타만지 이탈리아 추기경 등도 거론되고 있다.
교황이 455년 만에 비 이탈리아 출신으로 첫 등극한 것처럼 사상 처음으로 비 유럽권 교황이 탄생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교세가 쇠락해가고 있는 유럽과는 달리 중남미 아시아 아프리카가 11억 세계 가톨릭 신도의 65%를 차지할 정도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AP통신은 "세계 가톨릭을 이끌고갈 뚜렷한 후보자가 정해지지 않았다"며 "추기경들이 신자들에게 정신적 평온함을 줄 수 있는 ‘목가적’ 인물을 선택할 지 보수주의자 혹은 개혁주의자를 선택할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한편,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3일 "교황은죽을 때까지 복무하는 대신 80세에 물러나야 한다는 비밀논의가 추기경들 사이에서 이뤄지고 있다"고보도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 선출방법/ 재임교황 공식타계후 비밀투표
교황이 타계할 경우 교황선출권을 갖고 있는 추기경들은 로마교황청 시스티나 성당에 모여 추기경단 회의인 ‘콘클라베’를 열고 비밀투표를 실시한다. 이 투표는 전세계 추기경 184명 중 80세 이하인 120명이 참여한 가운데 이뤄지며 별도의 후보군을 두지 않은 채 투표용지 한장에 한명의 이름만을 기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자기자신을 직접 기입해도 관계없으며 특정 사제에 대한 3분의 2 이상의 지지표가 나올 때까지 투표는 매일 계속된다. 추기경은 피선출권도 있기 때문에 관례상 추기경단 내에서 새로운 교황이 탄생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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