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어제 국정연설에서 특별히 북한을 자극하지 않았다. 북한이 핵 야망을 포기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아시아 정부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을 뿐이다. 전날 뉴욕타임스 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이 ‘북한의 핵 물질 리비아 판매설’을 대대적으로 보도했음에도 부시 대통령이 북한 핵 문제에 관한 언급을 아낀 것은 다소 의외다. 그동안 핵개발 문제를 언급할 때 늘 북한과 한 묶음으로 거명됐던 이란에 대해서 강력한 경고를 보낸 것과도 크게 비교가 된다. 여기에는 북한이 6자회담 재개에 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부시 대통령 나름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보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자 한다.
부시 대통령은 2기 취임연설의 핵심 주제였던 자유의 확산을 거듭 강조하면서 이슬람권을 주로 겨냥하고 북한을 비켜간 것도 흥미롭다.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이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폭정의 전초기지로 북한을 직접 거명해 파장을 일으켰던 것을 감안하면 이 역시 북한을 배려한 것이다. 미국은 미국의 정부 형태를 다른 나라들에 강요할 권리나 욕구, 의도가 없다고 강조한 것은 무력으로 체제붕괴나 변형을 꾀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그동안 부시 대통령의 취임연설과 국정연설을 지켜보겠다고 해 왔던 만큼 이제 6자회담 재개에 적극 응해야 할 것이다. 물론 북한의 입장에서 불만이 있겠지만 6자회담을 진행시키면서 쟁점들을 풀어가는 것이 평화적 해결의 수순이라고 본다. 북한이 특히 문제 삼고 있는 미국의 북한 인권법은 북한의 체제와 직결되는 사안이긴 하나 인권이 인류 보편적 가치라는 차원에서 마냥 도외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북한도 국제사회에 인권에 대한 최소한의 보장을 약속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도 요구된다. 부시 대통령의 연설 내용에 안도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부시 대통령이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천명하고 있지만 그 기간이 마냥 연장되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정부는 모처럼 조성된 분위기를 활용해 북한에 줄 것은 주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면서 핵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여는 데 실질적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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