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의 개인 홈페이지가 연 이틀 사이버 융단폭격을 당했다. 저작권 주무부처 장관이자, 저작권법 개정안을 발의한 당사자가 자신의 동정기사를 ‘무단 전재’했기 때문이다. 자신은 법(法)상 언론사의 ‘배타적 권리’가 보장된 저작물을 버젓이 갖다 쓰면서, 누구더러 ‘감 놔라 배 놔라’ 하느냐는 것이다. 국회 문광위 소속 몇몇 의원들의 홈페이지는 배경음악까지 깔았다가 글로 옮기기도 힘든 ‘18금(禁)’ 육두문자로 도배됐다.
의원 보좌관들은 3일 저녁 부랴부랴 회동을 갖고 대책을 숙의했다고 한다. 듣자니, "정·관계 홈페이지 치고 기사 안 옮겨 쓰는데 있더냐"는 볼멘소리와 "그것도 위법이냐"는 어이없는 반응들도 분분했다고 한다. 논의 끝에 국회차원에서 공청회를 열기로 가닥을 잡았다는 게 한 참석자의 전언이다. 그 ‘대책’과 무관하게 고충이 컸던 일부 홈페이지는 밤새 문제의 소지들을 손질했고, 아예 폐쇄됐던 정 장관 홈페이지는 3일 오후 늦게야 문을 열었다.
따지자면 이번 일의 발단과 경과는 새 법과 낡은 현실의 괴리에서 비롯된 해프닝이다. 문제가 된 ‘위법’도 그들이 공인(公人)이기에 문제된 것이고, 그것을 폭로하고 삿대질한 이들 역시 그 비난으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롭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문제는 이제 와서 웬 공청회냐는 것이다. 지난 해 8월 통과시켜 발효된 지 채 한 달도 안된 마당에. 법은 강제적 당위이고, 당위는 관행과의 괴리를 전제로 하며, 그 괴리는 관행적 삶의 불리와 불편을 의미한다. 정 장관 등이 본 낭패가 그것이고, 법을 둘러싼 숱한 압력들이 그것이다. 법이 강제하는 불편과 불리가 국민이 아닌, 그들의 불편과 불리라면 얘기가 달라지는 모양이다.
최윤필 문화부 기자 walden@hk.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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